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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택 Spirit Care Nov 28. 2021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생각난 소원

영화 <센트럴 인텔리전스>

코미디 영화에서도 죽음학의 메시지를 종종 발견하게 된다.

2016년 개봉한 드웨인 존슨 주연의 <센트럴 인텔리전스>의 한 장면을 소개한다.


CIA 요원인 밥(드웨인 존슨)은 사건 해결 과정에서 고등학교 절친이었던 칼빈을 만나게 되고 둘이 같이 경비행기를 타게 된다. 조종은 밥이 하고 있다. 밥은 장난기가 발동해 비행기가 고장 나서 추락하는 것처럼 상황을 연출한다.   

그리곤 친구인 칼빈에게 뜬금없는 질문을 한다. "네 인생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게 뭐야?"


네 인생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게 뭐야?

화가 난 친구 칼빈은 대답 대신에 왜 연료를 확인하지 않았느냐며 밥을 원망하기도 하고 비행기를 타지 말았어야 했다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밥은 칼빈에게 인생에서 안 해봐서 후회되는 게 뭐냐고 재차 다급하게 묻는다. 곧 죽을 거니까 솔직히 얘기해 보라는 추궁(?)이다. 친구 칼빈은 결국 이렇게 절규하듯 대답한다. "애를 안 가진 거야!!!!  아빠가 되어보지 못한 게 후회가 돼!!!!" 여자 친구 이름까지 부르며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어서 애를 갖지 않았다며 미안하고 후회된다고.....


애를 안 가진 거야!!!!  아빠가 되어보지 못한 게 후회가 돼!!!!

상황이 종료되고 밥의 장난이었던 걸 알게 된 칼빈은 분개한다. 오히려 밥은 장난스럽게 대꾸한다. "네가 죽음을 눈앞에 두면 네 인생의 목표를 확실히 할 동기가 생길 것 같았거든~"


네가 죽음을 눈앞에 두면 네 인생의 목표를 확실히 할 동기가 생길 것 같았거든


그리고 분개하고 있는 친구 칼빈에게 네가 힘든 상황인 건 알지만 너는 좋은 아빠가 될 거라는 격려(?)의 말도 건넨다. 



짧은 장면이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우리는 늘 선택하며 살고 있다. 오죽하면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까지 했을까? 이 선택이 짜장면이냐 짬뽕이냐처럼 구체적으로 주어진 선택지 사이의 결정인 경우도 있지만 좀 더 열심히 살걸... 과 같이 지나고 나서 생각나는 좀 더 포괄적인 선택인 경우도 있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까닭은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좋은 것이야 있겠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로 마음의 평화를 잃을 만큼 가치 있는 건 없다.


우리가 하는 수많은 선택에서 후회가 없을 수는 없다. 아무리 열심히 인생을 산 사람이라도 죽음을 앞두고는 이런저런 후회와 아쉬움이 남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인 일일 수도 있다. 실제로 인간은 선택하지 않은 기회비용을 좀 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영국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도 말했다. "인간이 불행해지는 까닭은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의 차이를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 좋은 것이야 있겠지만, 선택에 대한 후회로 마음의 평화를 잃을 만큼 가치 있는 건 없다." 우리말로 하자면 남의 떡이 커 보인다는 생각만으로 살면 불행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영화의 한 장면처럼 평소 우리가 망설이거나 뒤로 미루어 왔던 결정이나 선택들이 특정한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분명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 상황이 죽음이라면 더욱더 명확해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필자가 소개했던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후회한다고 했던 것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삶을 정리할 시간이 있었던 경우였다. 요는 우리가 나중으로 미루고 있는 많은 소중한 것들이, 그리고 선택과 결정들이 의도지 않게 그 '나중'의 시간이 오지 않음으로 해서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박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의 시간은 영원하지 않으며 심지어 곧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평소 별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고 있다.    


비록 영화의 한 장면이기는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몇 분 아니 몇 초 후에 죽음이 눈앞에 닥치는 상황이 된다면, 그리고 삶에서 무엇이 후회되는지 생각하게 된다면... 그때 떠오르는 한 두 가지가 진짜 자신의 솔직한 마음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묻는다. "네 인생에서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게 뭐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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