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 병원, 어떡하지?
올해 세 차례의 시험관 시술을 했다. 시험관 시술을 할 때마다 몸이 부대꼈다. 1차 시험관 시술 후에는 목디스크가 같이 찾아왔고, 2, 3차 시술 후에는 몸무게와 쭉 빠져버렸다. 나보다 고차수 선배님들도 계시는데, 내가 불평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시험관 시술이 쉽지는 않다는 점이다.
매달, 또는 격월로 시험관 시술을 하면 좋겠지만 너덜너덜해진 몸을 회복하는데 거의 세 달은 걸리는 듯하다. 나는 올해 2월, 5월, 8월에 시험관 시술을 했다. 거의 3달에 한 번씩 한 셈이다. 이제 다시 시술을 해야 하는데, 어떤 병원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되었다. '가까운 병원에 갈까? 원장님께서 실력도 좋으시고 지방에서는 제일 유명한데, 계속 다녀볼까?'란 생각과 '나 같은 난소 기능 저하 여성은 아무래도 나 같은 여성을 전문적으로 봐주는 병원에 가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맘 카페에서 난소 기능 저하를 전문적으로 봐주신다는 원장님 몇 분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 한 원장님께서 계시는 병원을 9월에 예약했었다. 3차 시험관 피검사 수치 확인과 함께.
그런데, 날짜를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예약일을 11월 4일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예약한 날짜는 11월 2일이었다. 11월 3일, 난 내일이 병원 가는 날인데 병원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길래 궁금해서 병원에 전화했다. 그랬더니, 간호사분께서 예약일이 어제였다고 하신다. 두둥!!! 이런, 나의 허술함이라니! 그렇게 예약일을 날렸다. 다음 예약은 언제쯤 가능한지 여쭤보니, 12월 15일에 가능하다고 하신다. 그때까지 어떻게 기다리지? 그럴 경우 시험관 시술은 1월에나 가능할 것이다. 혹시 몰라, 예약일이 취소되어 자리가 있으면 예약일 변경 부탁드린다고 말씀드렸다. 예약일을 놓쳤다는 것을 알게 된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우울했다.
그렇게 11월도 어느덧 끝자락에 다가서고, 추운 겨울이 오려는 듯 바람이 매섭다. '02-'로 시작하는 번호가 왔다. 왠지 낯익어 전화를 받았는데, 서울 난임 병원 전화였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났다고, 12월 11일 오전에 초진 어떻냐고 하신다. 하루라도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덜컥 코로나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서울은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라던데. 코로나의 위험을 뚫고 서울에 갈 수 있을까? 사실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가야만 한다.
집에서 기차역까지 30분 운전, 기차 타고 2시간 30분, 서울에 도착해서 지하철 1시간을 타면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음.. 그래도 해봄직하다. 사랑스러운 아기를 만나기 위해서는, 코로나도 뚫고 기나긴 이동 시간도 감수할 수 있다.
'서울 가는 걸 여행으로 생각해보면 어떨까?'
'동생 집이 서울에 있어 얼마나 감사해?'
'건강한 몸이 있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이야?'
'휴직이라 서울에 있는 병원도 가 보고, 일하고 있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거야.'
'유명한 원장님이시라던데, 기대된다.'
맘 속의 두려움을, 맘 속의 여러 생각을 기대와 감사로 바꾼다. 점점 더 서울에 갈 날짜가 다가온다. 제발 코로나가 조금 더 잠잠해져서 무사히 서울에 다녀올 수 있길, 나와 같이 맘 졸이며 병원에 다니시는 분들께서 안전하게 시술받고 예쁜 아가를 곧 만나시길 마음 모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