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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늘 어려워

휴직이냐, 복직이냐

by 햇살샘

난임휴직을 한지 1년이 다 되어 간다. 벌써 11월. 학교에서 문자가 왔다. 휴직연장을 하거나 복직을 위해 학교 방문하고 서류를 제출하라는 내용이었다. 실무사 선생님께서 관련 공문을 메일로 보내주셔서 서류를 작성하다가 너무 머리가 아팠다. 남편과는 휴직 연장쪽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지만 여전히 고민되었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을 나갔다.


휴직할까? 복직할까?

휴직할까? 복직할까?

휴직할까? 복직할까?


맘카페에 고민을 올린 글을 읽어본다. '정말 답이 없는 것 같아요,' '저두요... 복직이 곧인데,' '휴직까지 했는데 안되면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솔직히 뭐가 좋은 방법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같은 고민이에요.'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꽤 계셨다. 그런데 답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생각이 맴을 돈다. 휴직을 연장하든, 복직을 하든 좋은 점도 있고 안 좋은 점도 있다. 답답한 마음에 지인에게 연락을 한다. 대화를 나누지만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분명 어제까지는 휴직 연장하기로 해 놓고 왜 그러는 걸까? 갑자기 마음에 불안감이 밀려온다.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점 마음을 잡아먹는다. 게다가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병원을 옮긴다고 서류를 발급받아 휴직 연장을 위한 진단서 발급이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갑자기 막막하다. 내 인생은 어디고 가고 있는 것인가? 잘 가고 있는 것일까?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엄마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나 보다. 엄마에게 지지받고 싶었나 보다. 엄마께서는 결국 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하신다. 엄마와 전화를 끊고 터덜터덜 길을 걷는다. 햇빛은 따사롭고, 바람도 없는 좋은 날씨임에도 내 마음에는 바람이 쌩쌩 분다. 아...마음이 춥다.


엄마에게 다시 전화가 온다.

"걱정되어서 전화했어."

엄마와 내년에 어떻게 할 지 이야기를 나눈다. 결국, 직장 가까운 곳에 원룸을 얻고 시험관 시술을 하며 직장을 다니는 것은 몸에 무리가 갈 것 같다고 서로 결론을 내렸다.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고. 엄마께서 휴직하는 날 응원해 주시니, 휴직을 해야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온전히 정해진다.


[나] "올해 차라리 일을 하고 내년에 난임휴직을 쓸 걸 그랬을까?"

[엄마] "이미 선택한 거는 후회하는 게 아니야. 그 때도 고심고심해서 선택했을 거고, 선택한 후에는 좋은 점만 보자. 이번에도 선택하면, 좋은 점만 생각하고."


작년에 난임휴직 결정하는 과정도 너무 어려웠는데, 지금도 어렵다. 선택이 모여 인생이 된다면, 이러한 선택은 너무나도 인생의 방향에 큰 영향을 줄 것만 같다. '돌아가는 것 같고, 멈추어 있는 것 같은데 이 기간이 계속되어도 괜찮을까?'하는 두려움. 다른 사람들은 다 달리고 있는데, 나는 멈춰서 맴을 도는 듯한 마음. 이런 마음에 괜히 마음이 어렵다.


그래도 시험관 시술을 하며 직장을 다니는 건 너무 힘들 것 같다. 아기 낳기 전에, 나에게 자유 시간을 좀 더 선물해 준다고 의미부여를 한다. 아무리 일 잘하고 해도, 건강 잃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신은 날 너무 사랑하셔서 나에게 쉼을 주시고, 내 자신을 돌보고 돌아볼 시간을 선물로 주시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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