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은 시간
어느 날 오후였습니다.
기차에서 내리다가, 그냥 마음이 끌려서 멈춘 마을이 있었습니다.
사실 마을의 이름도 잘 모릅니다.
지도에 표시해두지도 않았고,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을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마음이 참 편안해졌습니다.
햇살은 부드럽게 골목 위로 내려앉아 있었고
작은 가게 앞에는 고양이가 느릿하게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빨랫줄에는 누군가의 하루가 조용히 말라가고 있었고
바람은 천천히 담장 위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런 오후가 참 좋았습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좋은 시간.
굳이 이름을 알지 않아도 좋은 마을.
사람 마음도 가끔은 그런 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뭘 해야 한다는 생각도,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마음도 잠시 내려놓고
그냥 멈춰서 바라보는 오후 하나.
그곳에서는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고
무엇도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렇게, 오후는 마을 위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그날 오래도록 그 자리에 서서
햇살이 골목을 건너가는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이 마을의 이름을 몰라도 괜찮겠구나.'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기억날 것 같았습니다.
창문 너머 오래 보고 싶은 풍경이란
어쩌면 그런 오후 하나일지도 모른다고
조용히 혼자 생각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