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나, 같은 속도로 걷는 골목

같은 속도로 걷는 마음

by 클래식한게 좋아

낯선 마을의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만난 날이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저를 힐끔 한번 바라보더니

도망가지도 않고, 다가오지도 않고

그저 저만치 앞서

자기만의 걸음으로 골목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뒤를 천천히 따라 걸었습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서둘러 가야 할 이유도 없었던

느린 오후의 골목길이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고양이와 저는

그날따라 발걸음이 참 잘 맞았습니다.


가끔은 고양이가 멈춰 서서

벽 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낙엽 위에 앉아 먼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도 같이 멈춰 서서

작은 풀꽃을 들여다보거나

골목 끝까지 내려앉은 햇살을 바라보았습니다.


아, 사람도 고양이도

가끔은 이렇게 천천히 걷는 게

참 좋은 일이구나 싶었습니다.


빠르게 걷지 않아도 괜찮고

앞서가려고 애쓰지 않아도 괜찮고

잠깐 멈춰 서 있어도 아무 일 없는 그런 시간.


그날의 골목길은

저와 고양이를 조용히 품어주었습니다.


같은 속도로 걷는 마음,

같은 속도로 머무는 풍경,

그리고 같은 속도로 깊어지는 하루.


여행길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긴 골목도

아마 그런 게 아닐까 하고요.


서두르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않아도,

그냥 나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


언젠가 그 끝에서

나를 기다리는 무언가 따뜻한 것을

만나게 될 거라는 믿음 하나만으로요.


오늘 제가 걷던 골목길,

그 길 위에서 만난 고양이처럼

저도 그렇게,

마음 가볍게, 마음 천천히

걸어가고 싶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