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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래식한게 좋아 Aug 20. 2024

새로운 발견

길을 잃어 발견한 풍경

서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하철을 자주 반대로 타곤 했습니다. 익숙지 않은 노선도와 복잡한 환승역에서 방향을 잃고, 목적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서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당황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실수들이 오히려 저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어느 날은 출근길에 서둘러 탔다가 엉뚱한 역에서 내리게 되었습니다.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곧이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서울의 거리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그곳은 제가 계획했던 여정에는 없었던 곳이지만, 발길을 돌리기보다는 거리를 천천히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새벽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든 거리에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한 고요함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골목마다 자리 잡은 작은 카페와, 오래된 나무가 드리운 그림자는 그동안 제가 상상했던 서울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곳에서 저는 서울의 또 다른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했던 순간들이 이제는 서울을 탐험하는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때로는 복잡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문득 느껴지는 여유로움이, 예상치 못한 풍경 속에서 발견하는 작은 행복이, 제가 서울에 온 이유를 새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지하철을 잘못 탄 덕분에 보지 못할 뻔했던 서울의 숨겨진 모습을 만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작은 설렘이 함께합니다.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는 가능성이 오히려 마음을 들뜨게 합니다. 서울의 한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이 과정은, 어린 시절 모험을 떠나던 순수한 마음과 닮아 있습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더 이상 두려움이 아닌, 새로운 발견이 될 것입니다.


오늘도 길을 잃으며, 그 속에서 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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