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그치나, 창밖을 내다보고 또 내다봐도 그칠 줄을 모른다. 중국집에다 시켜 먹어야 하나 배민을 뒤적거리다가 5시쯤 빗줄기가 잦아들기에 냉큼 나섰다.
김밥을 좋아하지 않는데 별안간 먹고 싶었다.
'오늘 저녁엔 김밥을 해 볼까?'
김밥은 너무 어렵고 번거로워 애들 소풍 갈 때도 김밥보다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줄 때가 많았다. 다른 애들은 김밥 싸오는데 혼자만 샌드위치라 싫어할 수도 있어, 다음 소풍 때 물었다.
"샌드위치 싫으면 김밥 싸줄까?"
"아니. 애들이 샌드위치라서 더 좋대. 김밥이랑 바꿔 먹재. 김밥은 질린다구. 나두 샌드위치가 더 맛있어."
나는 고구마, 감자, 에그 샌드위치보다 김밥이 만들기 더 난감하다. 예전에 엄마는 김밥도 공작 모양으로 예쁘게 잘도 하더구먼, 공작 모양은 고사하고 김밥을 싸는 것도 낑낑댄다. 어휴, 그냥 사 먹고 말지. 애들 소풍 때 몇 번 싸 본 뒤로 지금까지 김밥은 사 먹는 음식이었다.
그나저나 잘 먹지도 않던 김밥이 갑자기 왜 당기는지 모를 일이다. 시장 슈퍼에서 김밥 재료는 샀는데 시금치가 가는 곳마다 다 팔려서 아쉬웠다. 색이 어우러져야 하는데 초록색이 빠졌으니 어쩌나. 깻잎이라도 살걸. 집에 와서 생각날 건 뭐람.
부랴부랴 밥부터 안쳤다.
김밥 10줄을 싸려면 5컵은 해야겠지?
밥에 넣을 단촛물도 만들어 놓고.
밥에 단촛물을 넣어 섞은 후 식힌다. 맛을 보니 너무 시지 않아 내 입맛에는 적당하다.
햄이랑 맛살도 기름 없이 뜨거운 팬에 살짝 구워 주었다.
단촛물 : 물, 식초 3, 설탕 1, 소금 조금 10 스푼이 되게 끓인다. 좀 더 새콤하게 하려면 식초의 양을 조절한다.
오늘 김밥은 매운 어묵이 핵심이다. 다 하고 나니 좀 더 매콤하게 할걸, 아쉽다. 어묵만 먹었을 땐 매콤했는데 김밥에 너무 조금 넣어서 그런지 매운맛이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