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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Sep 13. 2020

찬바람 불 땐 고구마 라테

집밥 프로젝트 8

비가 안 오니 제법 가을 분위기가 난다. 선선한 공기, 청명한 하늘. 강아지가 산책 나가자고 졸라서 평소보다 일찍 나갔더니 날씨가 좋아 산책할 맛이 난다. 지난 주만 해도 점심때 나가면 더워서 땀이 줄줄 났는데.

집으로 돌아와 잠깐 쉬고 있는데 밖에서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달고 맛있는 고구마! 완도산 멸치 한 상자에 만 원! 햇땅콩을 싼 가격에 드립니다~"


트럭에서 나는 소리다. 주택에 사니 이런 맛이 있구나. ㅎㅎ

현금이 없어 카드지갑을 들고나갔다. 트럭 운전수가 아주머니다.


"카드도 되나요?"

"그럼요!"


밝고 쾌활한 인상의 사장님이 차에서 내린다. 트럭 짐칸에 가득 실린 식품들. 마른미역, 마른오징어, 보리쌀, 고구마, 땅콩, 잔멸치, 중멸치, 다시 멸치...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식품들이 보인다. 시장 건어물 가게에서 파는 다시 멸치가 너무 비싸서 한 상자 만 원인 게 고맙다.


"다시 멸치 주시구요. 고구마는 얼마예요?"

"1kg에 5천 원이에요. 요즘 고구마가 비싸요."

"그러게요. 고구마도 주세요. 땅콩은 어떻게 해요?"

"햇땅콩인데 만 원이에요."

"네. 주세요~"


다시 멸치 한 상자, 햇땅콩, 고구마를 사서 집에 왔다. 어제 고구마 라테 해 먹어야지, 했더니 트럭이 와 버리네. 내친김에 하지, 뭐.


고구마 라테

큰 고구마가 네 개.

반으로 뚝뚝 잘라 깨끗이 씻어 찜기에 차곡차곡 올렸다. 보랏빛 색감이 너무 예쁘다. 다 쪘더니 속살이 노랗다. 좋아, 좋아.


땅콩을 까서 먹으니 고소고소. 햇땅콩이라 그런지 진짜 맛있다. 고구마 라테에 넣으려고 믹서기에 곱게 갈아 두었다. 땅콩은 안 넣어 봤는데 맛이 어떨지?


우유는 1.8 리터를 준비한다. 그리고 꿀도.

아들이 사놓은 900 미리를 넣었더니 고구마 네 개 중 세 개를 했는데도 좀 모자란다. 물을 조금 넣었더니 맛이 연해졌다. 고구마 라테는 우유만 쓰시길 추천한다.


잘 익은 고구마를 적당히 잘라 우유와 함께 곱게 갈아준다. 갈아놓은 고구마에 우유를 넣어 농도를 조절하고, 단맛은 꿀로 조절한다. 기포가 퐁퐁 올라올 때까지 저어주면서 끓인다. 저어주지 않으면 냄비 바닥이 눌어붙으니 조심~^^


커다란 머그잔에 담아서 사진 한 컷!

계핏가루를 못 찾아서 아쉽다. (이사하면서 버렸나? 가물가물) 계피를 넣으면 한결 풍미가 좋다. 꼭 넣어 드시길!

밥 대신 한 잔만 마셔도 속이 든든해진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들과 아침도 못 먹고 준비해서 가기 바쁜 딸에게 내일부턴 간단한 한 끼를 먹일 수 있겠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해 먹었던 고구마 라테. 오랜만에 만들었는데, 역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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