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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자 이조영 Sep 23. 2020

정성 담뿍, 아들 생일상

집밥 프로젝트 12


9월 23일. 아들 생일이다.

오후 2시까지 일을 끝내 놓고 부랴부랴 시장에 다녀왔다.

많이 할 시간은 없어서 요령껏 살 것과 할 것을 나누었다.

전이랑 나물, 샐러드는 사고.

직접 할 건 미역국이랑 골뱅이 무침.

LA 양념 갈비는 오븐에 굽기만 하면 되고.

정육점에서 갈비와 소고기 국거리를 사서 나오는데, 정육점 사장님이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한다.


"이벤트 참여하고 가세요. 1등이 5만 원이에요. 1등 되면 고기 산 거 공짜예요."


안 그래도 시장 한복판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이벤트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빨리 집에 가서 음식을 해야 하는 데다  서서 기다리는 건 질색이었다.


"줄 많이 서 있는데..."

"5분이면 됩니다."


아저씨에게 등 떠밀다시피 가서 줄을 섰다. 앞에서 당첨된 사람들이 좋아라 소리를 지른다.

1등 5만 원, 2등 3만 원, 3등 2만 원, 4등 만 원, 5등 5천 원.

나는...?

복불복 뽑기 식의 종이 하나를 톡 뽑았다. 확인하던 진행자가, "3등!" 하더니 박수를 짝짝짝 친다.

오, 2만 원!

5천 원 권 티켓 네 장이 든 봉투를 받고 신이 나서 슈퍼에 갔다. 정육점 아저씨가 등 떠밀어준 덕분이다. 인사를 할까 했더니 손님이 와 있어서 방해가 될까 봐 못 했다. 다음에 시장 가면 인사해야지~^^






시장에서 사 온 것들.

까만 봉지 안에 든 건 완도 미역, 통에 든 건 LA 갈비.

케이크는 냉장고에~

사진으로 보니 몇 개 안 되는데 들고 올 땐 무거워서 낑낑거렸다는. ㅠ

골뱅이 무침할 거랑 미역국 끓일 것만 남기고 전부 냉장고 행.



골뱅이 무침



통조림을 따서 국물과 골뱅이를 분리.

골뱅이는 씻어서 건져놓고.

국물은 냄비에 팔팔 끓여서 식힌다.



식은 골뱅이 국물  중 반은 백진미채(한 주먹)를 담가놓고.

나머지 반은 양념을 만든다.

양념은 미리 만들어 숙성시켜야 맛있다~^^


양념

골뱅이 국물 반, 고추장 1, 진간장 1, 고춧가루 2, 다진 마늘 1, 매실 2, 설탕 1, 들기름(참기름) 1, 후춧가루, 땅콩가루, 깨




양파 반 개, 파 반 개, 오이 하나, 아삭이 고추 하나, 깻잎 한 묶음.

깨끗이 씻어 양파와 파는 길쭉하게 썰고, 고추는 어슷 썬다.

깻잎도 물기가 빠진 다음 돌돌 말아 썬다. 오이는 먹기 직전에 어슷 썬다.



땅콩도 갈아놓고. 땅콩은 마지막에 뿌려줄 거다.

땅콩이 없으면 안 넣어도 되지만, 넣으면 한결 고소해서 맛이 좋다. 진미채랑 땅콩. 뭐 생각나는 거 없으신지...^^



짜잔~!!

냉장고에 시원하게 넣어둔 재료를 꺼내, 적당량을 덜어 숙성된 양념을 붓고 비닐장갑 낀 손으로 살살 버무려 다.

마지막에 땅콩가루와 깨를 골고루 뿌려주면 끝~~.

흐으~ 또 봐도 침 고여!


표고 미역국



들기름(참기름) 넣고 다진 마늘과 고기를 볶는다.

반쯤 볶아지면 자른 미역을 넣고 같이 볶는다.

-미역은 미지근한 물에 담갔다가 완전히 불었을 때 채반에 건져 물기를 뺀다. 어느 정도 물기가 빠졌으면 가위로 잘라 놓는다. 볶기 직전에 바로 잘라도 상관없다-


(좌) 처음 졸인 것  (우) 표고가루 넣은 것


1차, 볶은 뒤 물을 자작하게 부어 졸인다.

2차, 국물이 진하게 우러나면 뜨거운 물(물은 전부 정수기 사용)에 표고 가루 5를 넣어 푼 뒤 붓고 졸인다.

두 번 나눠서 하기 귀찮으면 처음부터 표고 가루를 넣어 졸여도 무방. 푹 졸여야 깊은 맛이 나서 나는 두 번 졸인다.




국물이 뽀얗고 진하게 우러나면, 뜨거운 물을 가득 붓고 팔팔 끓인다. 끓으면 약불로 뭉근히 우려낸다.

이때 간은 천일염으로 한다. 미리 하지 말고 거의 완성될 즈음에 하면 계속 간을 보지 않아도 된다.

완성된 표고 미역국은 국물이 진하고 풍미가 좋다. 색도 노래서 더 맛있고 특별해 보인다. 생일날 표고 가루 담뿍, 정성 담뿍 들어간 미역국~ 좋지 아니한가!





헉! LA 갈비를 깜박.

부리나케 오븐을 데우고 팬에 기름종이를 깔아 고기를 올렸다. 국물도 뿌려주고.

220도에 예열 5분.

앞뒤로 각각 10분.

총 25분이면 완성~

냄비에 끓여도 보고, 프라이팬에 구워도 봤지만.

LA 갈비는 오븐에 굽는 게 제일 맛있다. 오븐이 없다면 프라이팬에~



아들이 피부과 다녀오느라 평소보다 늦어서 식어버린.

LA 갈비는 식어도 맛있다는 게 장점!

아~ 진짜 맛있다.





전도 다시 데우고, 나물(콩나물, 청경채, 근대, 취)이랑 샐러드(감자, 고구마, 단호박)도 골고루 담고.

조금씩 사 왔더니 시간 절약, 노동력 절약, 식비 절약.

이 방법 괜찮네~



한상차림 완성!

신랑은 지방에, 딸은 일하는 중~

아들과 둘이 먹는 생일상이다.

아들 낳던 날이 아직도 생생한데, 건강히 직장 다니며 잘 사는 걸 보니 대견하다.


"아들, 태어나줘서 고마워~^^"


그나저나 어찌 그릇이 저리 제각각인지. ㅎㅎㅎ

나무젓가락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수저도 언밸런스.

제각각이어도 한데 어우러져 있는 게 가족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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