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10분 거리에 사는 큰 동생네에 잠깐 선물을 전해준 뒤 남편과 장을 보러 갔다. 전날보다 붐비는 시장.
정육점에서 LA갈비, 소고기 국거리, 잡채용 돼지고기, 다짐육 5천 원 두 봉을 샀다. 한 봉만 살까 하다가 두 봉을 샀던 게 실수~ 넘 많아.ㅠ
동태전도 하나는 적고 두 개는 많으니, 이 애매함을 어쩌란 말이냐.
두부, 목이버섯, 송편, 유과, 약과, 면포, 행주도 사서 집으로 쓩~
아점을 먹은 후 본격적으로 전 부치기에 돌입!
6가지 전
1. 당근과 양파, 새송이 버섯 자르고 남은 것을 다지기로 다진다. 파는 칼로 쫑쫑~
2. 두부는 씻어서 면포에 꽉꽉 짠다. (남편 찬스)
3. 돼지고기에 야채 다진 거랑 두부 짠 걸 넣고.
진간장 2, 후추, 다진 마늘 2, 계란 한 개 넣어 치덕치덕.
나중에 맛을 보니 삼삼. 짭짤한 게 좋으면 소금을 추가.
4. 호박이랑 새송이는 사진대로 썰어주고.
깻잎이랑 아삭이 고추는 전날 준비해서 물기를 빼둔 것.
아삭이 고추는 반을 갈라 고추씨를 말끔히 제거.
5. 일회용 봉지에 부침가루를 넣고 한 가지 종류씩 넣고 흔들흔들~
사방에 부침가루가 날릴 염려 없이 깔끔하다.
6. 깻잎이랑 아삭이 고추 안에 다짐육을 채운다. 속까지 익혀야 하니 너무 두껍지 않게.
남은 다짐육으로 새송이 버섯을 이용해 갈비 모양으로 만든다. 남은 건 동그랑땡.
동태전도 소금을 뿌려 절이고.
여기까지 하면 준비 완료!
집에서 많은 양을 한 적이 없어서 전기 프라이팬도 없다.
주방 바닥에 상자 펴고 부탄가스로 전을 부치는 날 보더니 남편이 웃으며 다가온다.
"안쓰럽다, 안쓰러~ 이럴 거면 가는 게 낫지 않아?"
"왔다 갔다 하는 건 더 힘들어."
"같이 하자. 어떻게 하면 돼?"
시댁에 가면 아무것도 안 하는 남편은 나무젓가락을 들고 마주 앉는다. 가스불을 최대한 낮췄는데도 프라이팬이 얇아 쉽게 타버린다. 키친타월로 닦아가며 했는데도 그렇다. 혼자 했더라면 큰일 날 뻔~
그러고 보니 전을 놓을 채반도 안 사놓고. 쟁반 총출동!
어찌어찌 6가지 전을 완성했다. 허리 아파.ㅠ
저녁 6시가 넘어 막내동생에게서 출발한다는 전화가 왔다. 갑자기 내리는 소낙비. 창문을 전부 닫고서 끓고 있는 소고기 뭇국 맛을 보았다. 한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맛이 이전만 못하다.
"서방~ 맛 좀 봐줘."
남편이 와서 국물 맛을 보더니,
"싱거운데? 가쓰오부시 넣어. 국물 맛 내는 데는 이거면 돼."
가쓰오부시를 넣은 국이 끓는 동안, 잡채를 만들고 해파리냉채를 담고, 전을 담고... 아차, 갈비를 깜박!
예열한 오븐에다 팬에 고기를 가지런히 담아 익히고. 바쁘다, 바빠~
거의 음식 준비가 끝났을 즈음, 밖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린다.
명절이면 시댁에 갔다가 오는 길에 잠깐 친정에 들러 밥 먹고 오기 바빴다. 오가는 길이 너무 막히니 지친 탓에 집에 와서 쉬고 싶은 마음만 굴뚝. 친정에 가는 동생네를 보기엔 시간이 늦어 못 보기 일쑤.
명절에 우리 집에서 동생네를 보는 건 처음이다. 나중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면 이렇게 우리 집으로 오겠구나,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오랜만에 보는 조카들은 훌쩍 키가 컸다. 올해 학교에 들어간 큰 조카는 의젓해졌고, 둘째 딸은 인형처럼 예쁘다. 멀리 사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얼굴 보고 살기가 힘든지.
"뭐 할까요?"
"밥만 퍼서 갖고 가."
주방으로 오는 올케에게 밥만 퍼달라 했다. 명절 때면 여자들만 주방을 들락거리는 게 싫다. 올케라고 해서 당연히 시키지도 않는다. 우리 집에 오면 올케도 손님이다.
아들이 알아서 식탁에 음식을 나르고 수저를 놓고 컵에 물을 따라 갖다 놓는다. 아들도 시키지 않는 편이지만, 엄마가 바쁘니 눈치껏 도울 줄 안다.
김치 사진이 없구나.
사흘 동안 한 게 이거라니. 상에 차리고 보니 몇 가지 안 되는데 뭐가 이리도 힘든 걸까. 남편 말대로 안 하던 짓을 해서 그런가.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나누는 식사.
제일 잘 먹는 건 파김치다. 나중엔 통을 가져다 놓고 몇 번이나 채웠다는.
음식은 음식대로 싹쓸이~
"음~ 다 맛있는데?"
아들도 맛있다고 하고.
"파김치를 누나가 했다고?"
막내동생과 올케도 정말 맛있다며, 내가 한 게 신기한 눈치다. ㅎㅎ
"파김치 좋아하면 좀 가져갈래?"
"나야 좋지."
"올케, 전도 싸줄까?"
"네~"
엄마들이 음식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는 마음이 이런 걸까. 나도 그럴 나이가 됐나 싶어 웃음이 난다.
"올케, 꿀 있어?"
"아뇨."
"먹을래?"
"네. 주세요."
집에 꿀이 많아 하나 챙겨 종이가방 안에 넣었다.
후식으로 송편, 유과, 약과, 배를 깎아 주었다.
잘 먹지 않는다는 둘째 조카도 밥을 잘 받아먹더니 약과 하나를 전부 오물오물.나중엔 강아지랑 노느라 정신이 없고.늘 조용하던 집이 북적북적.
"설거지 제가 할게요."
올케가 또 주방을 얼쩡거리기에 손사래를 쳤다.
"하지 마. 나중에 내가 해. 신경 쓰지 말고 쉬어."
8시 40분.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는 딸내미를 데리러 남편과 막내동생이 간 사이, 큰 동생이 포도를 갖다 주겠다며 잠시 들르겠다고 연락이 왔다.
9시쯤 큰 동생, 딸내미까지 모두 모이자 막내동생이 대구에 계신 부모님께 영상전화를 걸었다. 화면 속의 아버지와 엄마는 부쩍 늙으셨다. 내년이면 팔순이신 아버지가 얼마나 살아계실지... 최근엔 지나온 날들을 노트에 써두라는 내 말에 쓰고 있다며, 왜 쓰라고 하는지 알 것 같다고 고맙다 하셨다.
좀 더 일찍 알려드렸으면 좋았을 것을. 한 사람의 역사를 글로 남긴다는 게 얼마나 귀한 일인지 나 스스로 겪고 나서야 절감했다. 아버지의 인생이 담긴 글을 책으로 만들 날이 왔으면 좋겠다. 살아생전 아버지가 우리에게, 내가 아버지에게 드릴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이자 유산이 되도록.
부모님과 가족들이 일일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함께 모인 자식들을 보니 흐뭇한 표정의 부모님.
코로나 덕에 이런 날도 오는구나.
모두 돌아간 후 뜨거운 물로 설거지를 하고 뒷정리와 청소를 끝내고 나니 쓰러질 듯이 피곤하다. 침대에 드러누워 있는데 막내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누나, 우리 잘 도착했어."
"그래, 수고했어. 오늘 와줘서 고마워."
"고맙긴. 우리가 고맙지. 와서 보니까 이것저것 뭘 많이 보냈대. 잘 먹을게."
"많지도 않아. 코로나 잠잠해지면 그때 편하게 보자."
"그래야지."
예정에 없던 손님 치르느라 너무너무 피곤했지만, 누나 노릇 한 날이 된 것 같아 기분은 뿌듯~ 그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기절하듯 자버렸다.
이건 추석인 오늘 아침 상.
오랜만에 네 식구가 함께 먹는다.
사진을 찍기도 전에 먹기 바쁜 가족들.
"잠깐. 사진만 찍고."
"엄마, 사진 그만 찍으면 안 돼?"
아들 성화에 얼른 한 장 찍고는 하나님께 감사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가족이 모여 추석을 지낼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 당일에 늦잠을 자고, 편한 시간에 함께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친정에 가기 위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 길에서 보내는 시간 없이 편한 추석이다. 더구나 네 식구가 함께 먹는 아침이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