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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머리오리 Jan 29. 2021

£2-6. 동선의 유기적 연결이 삶을 여유롭게 합니다

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의 사는 법

건축주가 설계구상의 단계에서 건축물의 형태를 결정하기에 앞서 먼저 결정해 두어야 할 것은 부지의 형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진입로의 방향이나 대문, 주차장, 마당 등의 평면적인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전체적인 외관이나 부지의 활용도, 이동의 편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동의 편리성 확보를 위한 동선의 구성은 단독주택 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는 주택 내부의 동선과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므로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자칫 이를 소홀히 하면 이동에 따른 동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큰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이 부분은 본격적으로 건축물에 대한 공정이 진행되면서 보완할 수 있을 것이지만, 그 이전에 이런 부분에 대한 기초적인 구상이 없다면 건축물 완공 후에 큰 후회를 할 수도 있으니 꼭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가상의 동선을 그려보고, 실제로 이동하는 데 불편함이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가상선을 그려 놓고 직접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진입로의 방향은 주변 도로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나 건축물 정면을 향해 직선적인 진행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공공건축의 경우에는 건축물을 향한 직선적인 접근이 이용의 편리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겠지만, 주거용 주택은 오히려 거주자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됩니다. 진입로의 직선적 진행을 피하도록 하고, 불가피한 경우라면 수목이나 작은 동산을 조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진입로를 곡선으로 조성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대문이나 주차장의 설치는 다양한 형태를 보입니다. 도로와 근접한 부분에 주차장을 확보하고 인근에 소규모의 출입문을 설치하기도 하고, 대문을 크게 설치하여 대문 안쪽에 주차장을 확보하기도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대문 외에 주차장과 통하는 별도의 쪽문을 설치하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대문이나 쪽문에서 현관으로 연결되는 동선의 확보에 시각적인 면이 꼭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대문이나 쪽문이 현관문과 직선적으로 위치하게 된다면 문을 들어서는 사람이 꽉 막힌 벽을 보는 갑갑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고, 반대로 현관을 나서는 사람은 현관을 나서자마자 바로 대문으로 향하게 되므로 마당을 걸으면서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반대로 대문을 통해 집으로 들어서는 사람의 시선은 거실 창과 직선으로 마주치므로 거실 내부에 있는 사람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게 됩니다. 만약 손님이 방문한 경우라면 현관문으로 들어서기 전에 이미 거실 창으로 주인과 대면하게 되므로 첫 대면이 어설프게 되고, 대문을 들어서는 손님 또한 자신의 행동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므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문의 방향을 현관문이나 거실창과 직선적인 위치에 서지 않도록 해야 시각적으로 안정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불가피한 경우라면 진입로 구성의 경우처럼 조경수를 심거나 화단 또는 둔덕을 조성해 직선적인 시각을 피하고 디딤돌 등을 놓아 동선을 유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림 2-6-1 】동선을 유도하는 디딤돌

주차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문 안에 주차장을 설치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대문에 별도의 자동개폐장치를 설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매번 차에서 내려 대문을 여닫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 진․출입에 따른 사고의 위험이 있고, 마당의 계절적 정취를 해치기 쉽습니다. 그러나 가족 중 노인이나 장애인이 있다면 현관 앞까지 차량이 진·출입할 수 있도록 별도의 동선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또, 만약 대문이 도로와 직접 면하는 경우라면 대문을 나서는 사람이 통행하는 차량이나 사람과 직접 마주치지 않도록 대문 앞에는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림  2-6-2 】부지 내 동선 예시

거실은 가족 구성원이 오랜 시간 함께 머물게 되는 가장 중요한 공간입니다. 따라서 공동생활의 공간으로 이용에 편리한 공간구성을 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아파트의 경우에는 대체로 거실을 중심으로 하는 집약적 구조로 구성되므로 동선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단독주택의 경우는 동선이 막히면 상당한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이용에 편리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거실, 주방, 안방, 사랑방 등 어느 위치에서건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의 동선이 막히지 않아야 함은 물론, 뒷마당, 창고, 보일러실 등 외부로 통하는 동선도 원활히 확보되어야 합니다. 자칫 소홀하기 쉬운 부분이므로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주방에서 자주 쓰는 물품이나 재료를 보관하는 다용도실로 가려고 하는데 주방과 동선이 직접 연결되지 않아 다른 공간을 경유해야 한다거나, 음식물쓰레기 등의 처리공간이 있는 뒷마당을 가기 위해서 거실을 지나 덧문과 현관문을 열고 나간 다음 앞마당에서 집을 한 바퀴 빙 돌아가야 한다거나, 거실에 있는 난로에 쓰일 장작을 가져오기 위해 또 다른 여러 공간을 경유해야 하는 것처럼 동선이 막혀있는 구조라면 생활에 상당한 불편을 초래할 것입니다. 이런 동선의 확보는 거실뿐만 아니라, 안방이나 사랑방, 서재, 주방, 화장실 등 내부 각각의 공간에도 적용되어야 할 부분입니다. 평상시의 생활편의를 확보함은 물론이고, 화재 등 불의의 사고에 대비한 유효한 대피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림  2-6-3】거실 내·외 동선 예시


마당에서의 이동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앞마당에서 창고나 차고, 음식물쓰레기 처리장소, 수도시설 등 어느 장소를 가기 위해 집을 한 바퀴 돌아야 하는 구조라면 불편하기 짝이 없을 것입니다. 본채와 별채, 창고 등의 건물배치를 원활하게 하여 각 장소로 이동하는 동선이 막히지 않아야 합니다. 유기적인 공간의 연결, 무엇보다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번 머릿속에 그려보고, 또 가상선을 그려 놓고 직접 걸어 보면서 확인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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