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서양톱풀

시월에 읽는 그리스 신화

by 이주형

서양톱풀

- 시월에 읽는 그리스 신화 -


누구에게나 아킬레스는 있습니다

다만 모른 척, 아닌 척 곁눈에 두고

살뿐입니다


꽃 뭉치는 그 아킬레스를 이기는

언어라는 사실을 그를 만날 때까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10월 푸른 하늘이 배경으로 선 길에서

마음껏 꽃 수다를 피우는 그에게서

눈과 마음은 저절로 멀어버렸습니다


10월 서리를 꼿꼿이 서서

꽃으로 받는 모습은 플라타너스도

키를 낮추게 하였습니다


그 모습은 톱날은 스스로를 향해

세워야만 한다는 걸 그는

이름으로 말했습니다


하지만 내 안의 톱날은

늘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상대를 향하고,


쓰러지는 것은

그가 아니라 나라는 걸

서리 내린 길에서
좀처럼 일어설 줄 모르는

그림자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10월 길에서 만난 서양톱풀이 묻습니다

왜 또 톱날이 방향을 바꾸느냐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