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쑥갓 노트
- 군손님으로 살기-
키 큰 마른 풀들이
등을 숙여 자리를 내준
곳마다 길이 생겼다,
그 길은 숨과 산과
삶을 이었다
숨 죽여 사는 삶이 옅어질 때
산은 가파른 등을 내주었다
숨은 그렇게 내뱉는 거라고
하늘에 들리도록 울부짖어라고
그래야 답이든 뭐든 주시지
않겠느냐고
입을 꾹 다문 봄은 없다고
겨울을 건너기 힘들다고
껍질을 뚫기는 더 힘들다고
제발 들어달라고 하늘을 향해
봄은 간절히 고백한다고
꽃은 그 고백의 답이라고
막혔던 숨은 가파른 산 등을
오르면서 크게 트였다
헐떡이는 숨에 감사하며
오르고, 오르고 또 오른다
산은 조금씩 기울기를 높였다
숨을 토할 때마다
고난을 지나는 봄을 만난다
울부짖음으로 아픔을 이기는
봄을 안으로 들인다
복을 받았으니
화도 받을 때가 됐다는
그 화조차 감사하다는
나와는 인연이 없겠다 생각한
어느 목회자의 인도로
산을 내려오다 들었다
"너, 힘드냐!"
모든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는 빈 몸을
받아준 건 개쑥갓이었다
농부의 군손님으로 살지만
고백의 답으로 주신 작은 노란 꽃에
감사하며 꽃이 귀한 세상에
조용히 꽃 징검다리가 되는 그가
나를 보고 노랗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