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오줌풀 꿈
- 멸종의 역사 -
호랑이가 담배를 즐기던 시절
담배 피는 모습에 취한 여우는
모든 길에서 자신의 모습이
연기가 되는 꿈이라도
꾼 것일까
꿈은 꿈일 뿐이라고
여우는 잠꼬대하듯
발길이 닿는 곳 어디든
실례로 자신의 흔적을
남겼던 것일까
길은 여우를 기억하고
싶었을까, 여우조차 지리게
만든 그 꿈을 기억하고
싶었을까
사라진다는 게
지워진다는 게
잊힌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를 아는
길만이 여우의 꿈을
뿌리로 기억하였다
여우도 눈물 흘리는
길의 시간을 경험한
사람들이 여우의 꿈을
막기 위해 길마다 부적처럼
꽃 이름을 지었다
멸종의 시간을 건너지
못한 것이 한이 되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땅을 하늘로 삼은 풀이
여우의 시간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