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자꽃 사연
- 아버지 색 -
시간이 녹아 흐르는
노고단에서 동자승을
경전에 묻은 노스님의
붉은 마음을 본다
동자승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동자꽃이 된 사연을
전하는 시간의 심장
소리가 붉다
내 아버지 마디 굵은
손가락을 닮은 꽃봉오리에
바람을 불어넣는 건 기다림,
기다림으로 시작하여
기다람으로 마무리하는
꽃들의 시간
그 시간을 견디면
꽃들은 꽃을 피우지만
내 아버지 굵은
꽃봉오리 손마디는
방향을 잃었다
한을 지우며
하얗게 하얗게
지새웠을 동자승과
길을 지우며
내리는 눈에 불경을
필사했을 노승과
시간을 지우며
손가락이 굽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를
놓을 수 없었던 아버지
기다림에 물든
모든 이의 시간에
노고 할매가
동자꽃으로 물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