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쓰는 이유_<책낸자>_서귤

읽고 쓰지 않는 자 모두 유죄

by 손여는

브런치북 연재 10회차. 좋아요는 평균 25명~ 30명.

구독자 수는 원래도 미미한 23명에서 늘기는 커녕, 놀랍게도 한명이 줄어서 22명이 돼 있었다.


일반 연재를 할 때는 글을 쓰면 한, 두 개라도 댓글도 달리고 거기에 대댓글도 달면서 소통 비슷한 것도 했었다. 그런데, 브런치북 연재는 그런 소소한 반응조차 없었다.


수요일이 돌아올 때마다, 기다리는 이도 없고, 보는 이도 없는데 이 연재를 계속할 이유가 무엇인가. 정말 계속 하는게 맞나? 하는 자괴감이 몰려온다.


이럴때 필요한 것은 비슷한 상황에 처한 동료의 위로다.


처음 접한 서귤 작가의 책은 네컷 만화로 독립출판의 과정을 담은 <책 낸 자>였다.

평소 독립출판에 관심이 컸기에, 그 세부적인 내용이 궁금해 책을 집어 들었다.


하지만 네컷 만화에 내가 원하는 세밀한 과정과 노하우를 담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었다.

책 내용을 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그럼에도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심심한 위로를 받았기 때문이다.


서귤은 학창시절 공부도 꽤 잘한 것 같고, 이에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을 찾은 것 같아보였다.


어떤 업계인지는 모르지만, 회사에 대한 언급을 보면 대기업이 분명했다.


굴지의 기업에서 꾸준히 버티며 자신의 몫을 하는 사람. 남들보기에는 충분히 성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서귤의 마음은 밑빠진 독이 따로 없다. 그 헛헛함을 채우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책을 내기로 한다.

직장 생활과 독립출판을 동시에 진행하는 일에 지친 서귤은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고민한다.


이유가 뭘까? 무엇 때문에 나는 이토록 꾸역꾸역, 책을 그리고 만들고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이것마저 안 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당최 찾아주는 이 없는, 바람부는 언덕에 이름모를 잡초같은 내 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해서 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것마저 그만 둔다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은 지루한 회사원 인생, 다람쥐 쳇바퀴 돌듯 살고 있는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게 되고 말기 때문이다.


최근 섭외 관련으로 어느 작가와 통화를 했다.

그런데, 대화중에 갑자기 "글 쓰는 사람이죠?" 라고 묻는게 아닌가?

너무 놀라서 "네, 글 써요. 어떻게 아셨어요?" 하니까.


말 하는 것이 쓰는 사람 같았단다.


쓰는 사람 같다는 것은무슨 말일까?


가끔 가까운 지인들에게 평소 문어체와 구어체가 혼용된 특이한 말하기를 한다는 소리는 들은 적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상대가 한 말은 그 의미는 아닌 것 같았다.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으나, 다만 나는 기뻤다.


내 말에서 '쓰기'에 대한 어떤 열정이 묻어난다는 소리 같았다.


그분은 결국 '읽는 사람은 쓰게 돼 있다'라는 말도 해줬다.


자꾸 읽는 사람,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쓰게 된다. 그렇게 되고야 만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단순히 쓴다고 곧바로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매일 써야 직업이 되고, 작가가 된다.


아마도 나의 맹점은 '매일' 쓰지 못한다는 것이겠다.

<책 낸 자>에서 서귤이 다니던 독립출판 수업의 강사가 말한다.


일단 한번 책을 내게 되면, 그 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을 거라고.


실제로 서귤도 그렇게 된다.


첫 책을 내고, 두 번째, 세 번째 책을 쭈-욱 내게 된다.


<책 낸 자> 다음으로 읽은 서귤의 책이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이다.

우습지만 그런 착각이라도 해야지 견딜 수 있었다. 틀별했던 내가 자라서 겨우 이런 어른이 되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던 시기였다.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p.39.

어른들은 쉽게 말한다. 어린이는 미래의 꿈나무라고.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무구한 어린이들은 그 말을 믿고, 대통령, 가수, 노벨문학상을 타는 작가 등등. 제멋대로 화려한 미래를 꿈꾼다.


그러나.... 인생의 주연은 한,두명 뿐이고, 나머지는 죄다 서사도 특징도 거의 없는 엇비슷한 조연이 되고 만다는 것을 우리는 곧 실감한다.


처음부터 너희 대다수는 조연이 될거야. 그래도 내 인생의 주연은 '나'라고 꿋꿋하게 버텨야 한다. 라고 말해주는게 차라리 낫지 않을까?


무튼,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역시, 아무것도 몰라서 희망에 부풀어 있었던, 중학교 시절이었다.


그때는 학교에서 제일 웃긴 소녀로 유명했고, 축제 사회와 소풍 사회를 보고, 무대에 올라가 수시로 사람들을 웃기고 박수를 받았으며, 학교 축제에 올린 뮤지컬을 쓰고 연출하면서 그야말로 빛나는 한 때를 보냈었다.


내가 틀별하다고 믿었고, 반드시 잘 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 내가 겨우 이런 사람이 되었다니....


기대와 현실의 갭차이만큼 나는 수직하강했다.

딱 1년 후, 독립출판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토록 목이 말랐던 '작가'니 '크리에이터'니 하는 말을 듣게 되리라 는 것을 그때의 나는 예상하지 못했다. 미리 알았더라면 좋아했을까? 그냥 보통의 회사원에서 보통의 회사원 겸 작가가 되는 건지도 모르고 말이다. 꿈이라든가 예술이라든가 작품이라든가 하는 멋져 보이는 것들도 가까이서 보면 결국 지루한 일상과 비루한 몸뚱이로 미련하게 밀고 나가야 하는 평범한 매일매일일 뿐이라는 걸. 몰랐는지, 아임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는지.

<인생은 엇나가야 제맛> p.39. ~ 40.

책을 계속해서 써 내고,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지만 서귤 역시 회사원 생활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회사를 다니면서 글도 쓰고 있다는 거겠지.


실제로 최근 본 출판사 유튜브에서 일단 책을 내면 자신의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고 했다.


책을 내고도, 여전히 생업에 매달려야 겨우 입에 풀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쓰고 싶은 사람, 써야 하는 사람은 쓰고 마는 순간이 온다고.


나는 요 몇 년 사이, 가장 많은 글을 쓰고 있다.

그것이 여전한 내 삶에, 유일한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나는 추리스릴러 장르를 주로 쓴다.

최근에 몇 년 동안 머리속으로만 품었던 어떤 소재에 대한 짧은 스릴러를 완성했다.

그걸 1분 소설 공모전에 3편으로 만들어서 올렸다.


책 읽는 밤, 브런치북 연재는 오늘 10화를 마지막으로 마무리 할 예정이다.


나는 처음부터 에세이보다 소설, 극작을 쓰고 싶은 사람이었으니,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더 열심히 써 나가고 싶다.


궁금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여름 무더위에 냉장고에서 이제 막 꺼낸 수박같은 뒷골 땡기도록 시원한, 시원하다못해 서늘한 스릴러가 궁금하신 분은 한 번 읽어보시길.


1화 - 너의 이름 | 원미닛고 - 1분만에 읽는 소설 (oneminutego.com)


읽는 사람은 결국 쓰게 돼 있다.

쓰지 않으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우리 모두 언젠가는 <책 낸 자>가 되어서 만나기를.

기어코 쓰게 되는 자, 내 동료가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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