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은 한숨을 내쉬며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소연 사건이 마무리된 지 3개월이 지났지만,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불편한 감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뭔가 빠뜨린 것 같은, 놓친 것 같은 그런 기분이 그녀를 떠나지 않았다.
"하린아, 괜찮아?"
윤지우의 목소리에 하린은 고개를 돌렸다.
"응, 괜찮아,"
하린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뭔가 계속 찜찜해. 다 끝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도 박소연 사건이 마음에 걸려."
지우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건은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지. 하지만 이제는 다 끝났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잖아."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의문이 남아있었다. 그녀의 능력으로 읽은 감정들, 그리고 그 사건의 전모···. 뭔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그때 하린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자 이민준이었다.
"네, 형사님."
"정하린 씨, 지금 시간 되십니까? 긴급하게 만나야 할 것 같습니다."
하린은 민준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을 느꼈다.
"네, 알겠습니다. 어디서 뵐까요?"
민준은 경찰서 근처의 조용한 카페를 제안했다. 하린은 지우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고 서둘러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도착하자 민준이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워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형사님?"
하린이 다급하게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민준은 주변을 둘러본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소연 사건···. 새로운 증거가 나왔습니다."
하린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새로운 증거요? 도대체 어떤···."
민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박소연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어요."
하린은 충격을 받은 채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어떻게···."
"최근 한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정보를 받았습니다,"
민준이 계속 설명했다.
"그 제보에 따르면, 우리가 박소연의 시신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사실 다른 이의 시신일 수 있다고 하네요."
하린은 너무 놀라 침을 꼴깍 들이켰다.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럼···.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서현우의 자백은? 그리고 박지훈의 연쇄 살인은요?"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정보로 인해 우리는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박소연 사건 당시 느꼈던 모든 감정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문득 그녀는 깨달았다. 그때 그녀가 놓쳤던 것, 이해할 수 없었던 감정들···. 이제 모든 게 새로운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형사님,"
하린이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다시 한번 서현우와 박지훈을 만나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민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내일 함께 아침 구치소로 가보죠."
다음 날 아침, 하린과 민준은 먼저 서현우를 만나기 위해 구치소를 찾았다. 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이번에는 절대로 그 어떤 감정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서현우가 면회실로 들어왔을 때, 하린은 그의 감정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다.
안도감. 그리고···. 기대감?
"서현우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죠?"
서현우는 고개를 들어 하린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서려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서현우가 차분하게 물었다.
하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박소연 씨의 시신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었습니다."
서현우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하린은 그의 마음속에서 폭풍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공포. 불안. 그리고···. 초조함?
"도대체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서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은 서현우의 반응을 주의 깊게 관찰했다.
"서현우 씨, 당신 친구들은 정말로 박소연 씨를 죽였나요?"
갑자기 서현우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 그 순간, 하린은 그의 마음속에서 터져 나오는 감정의 폭발을 느꼈다.
"저는···,"
서현우가 말을 멈추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사실은 저와 친구들은 소연이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하린과 민준은 큰 충격을 받은 채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민준이 재촉하듯 물었다.
"그럼, 지금까지의 자백은···."
"네.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서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제가 자백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들이···. 그들이 저를 협박했습니다."
하린은 서현우의 감정을 더욱 깊이 읽으려 노력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공포와 죄책감, 그리고 포기의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당신을 협박했나요?"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현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박소연의 양아버지입니다. 그리고···. 그와 연결된 조직이요."
하린과 민준은 더욱 큰 충격에 빠졌다. 이것은 그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건이었다.
"도대체 그들이 왜 당신을 협박한 거죠?"
민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하지만 소연이가 우연히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그들이 갑자기 쳐들어와서 소연이와 그녀의 친아버지에게 총을 쐈어요. 그리고 저는 조직원이 되는 조건으로, 친구들은 무슨 실험인지는 잘은 모르지만, 그들의 실험 대상이 되는 조건으로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떠난 뒤에 보니, 소연이가 죽지 않고 살아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가짜 시체로 소연이의 죽음을 위장하고 소연이를 몰래 병원으로 옮겼어요. 그리고 앞으로는 숨어서 살라고 했어요."
하린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모든 퍼즐 조각이 새롭게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그동안 그녀가 느꼈던 이상한 감정들, 뭔가 찜찜했던 부분들···. 이제 모든 게 새로운 의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서현우 씨,"
하린이 말했다.
"우리는 진실을 밝혀내야만 합니다. 그리고 만약 박소연 씨가 살아있다면, 그녀를 찾아야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리고 소연 씨 친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서현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 이후의 일에 대해서도 모두 털어놓았다.
"이제 제가 아는 모든 걸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부디 저와 제 가족을 보호해 주세요. 다시 말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위험한 사람들입니다."
하린은 서현우의 손을 잡았다. 그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두려움과 후회, 그리고 작은 희망.
"약속드리겠습니다,"
하린이 결심한 듯 말했다.
"우리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당신과 당신의 가족을 보호하겠습니다."
서현우와의 면회가 끝나고 하린과 민준은 박지훈을 만나기 위해 다른 구치소로 향했다. 두 사람의 표정은 너무도 무거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민준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박지훈의 이야기도 들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사건에 박소연의 양아버지와 어두운 조직이 연루되어 있다면, 우리도 위험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고 싶었다. 박소연을 위해, 그리고 정의를 위해.
박지훈을 구치소에서 다시 만났을 때, 하린은 그의 감정에서 예상치 못한 점을 느꼈다. 그의 분노와 후회는 여전했지만, 그 밑에 깔린 불안과 두려움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박지훈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소연 씨의 시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고, 서현우 씨가 새로운 진술을 했어요."
박지훈의 눈이 갑자기 커졌다. 그의 마음속에서 소용돌이치는 감정을 하린은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게 무슨···. 도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박지훈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박지훈 씨, 당신이 저지른 살인···. 그것은 정말로 복수였나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나요?"
박지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마음속에서 하린은 강한 공포와 죄책감을 느꼈다.
"저는···,"
박지훈이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소연이를 지키려고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무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하린과 민준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민준이 물었다.
박지훈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소연이가···. 현우를 통해 소연이가 살아있고, 위험에 처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양아버지와 어떤 조직이 소연이를 계속 노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제가 계속 그들을 막으려고 했습니다."
하린은 박지훈의 감정에서 진실성을 느꼈다. 그의 마음속에는 깊은 후회와 슬픔, 그리고 여동생을 향한 강한 보호 본능이 느껴졌다.
"그럼, 그간 살해된 사람들은 모두 그 조직과 연관이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하린이 급하게 물었다.
박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은 소연이와 그 친구들을 위협하던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들을 막으려고 해보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더 큰 위험이 계속 닥쳐왔고···."
"그럼, 그들은 왜 소연 씨의 친구들을 죽인 건가요?"
하린이 귀를 쫑긋하고 물었다.
"저도 잘은 모르지만, 그들의 실험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그 친구들이 비밀 실험에 대해 폭로할까 봐 그랬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래서 당신이 모든 죄를 뒤집어쓴 거군요. 소연 씨를 보호하려고."
민준이 말을 이었다.
"네,"
박지훈이 체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하면 그들이 더 이상 소연이를 찾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제가 동생의 복수를 한 범인으로 지목되면 그들도 안심할 것이고···."
하린은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박지훈의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깊은 사랑과 절망감이 그녀를 압도했다.
"박지훈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럼, 당신은 하린 씨의 행방에 관해 아는 것이 있나요?"
박지훈의 눈에 눈물이 스쳤다.
"아니요. 현우에게 물어봤지만, 현우도 소연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고 했어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박소연 씨를 찾아야만 합니다. 당신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박지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마음속에서 하린은 복잡한 감정들이 뒤엉키는 것을 느꼈다. 두려움, 희망, 결의···.
"제가 도움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박지훈이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그 전에, 제 동생을 꼭 찾아주세요. 그리고 소연이를 안전하게 지켜주세요."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드리겠습니다. 우리가 박소연 씨를 꼭 찾아내고, 진실을 밝혀내겠습니다."
면회가 끝나고 하린과 민준은 구치소를 나왔다. 두 사람의 표정은 무거웠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린이 물었다.
민준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이 정보를 철저히 검증해야 합니다. 그리고···. 박소연의 양아버지에 관해서 철저히 조사해야 합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합시다. 이 사건에 어떤 큰 조직이 연루되어 있다면, 우리도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는 이 사건의 진실을 반드시 밝혀내고 싶었다.
"형사님,"
하린이 말했다.
"우리가 이 일을 해내려면 도움이 필요할 거 같아요. 제가···. 우선 윤지우에게 이 일을 알릴게요."
민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하지만 조심해야 합니다. 이 정보가 유출되면, 우리 모두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스마트폰을 꺼내 지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우야, 급한 일이 있어. 오늘 저녁에 만나자."
그날 저녁, 하린은 지우와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모든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세상에···,"
지우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지금 박소연은 어딘가에 숨어 있거나, 아니면 그 조직에 잡혀 있다는 거야?"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하루빨리 그녀를 찾아야만 해. 하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일이 될 거야."
지우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돕고 싶어. 그러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하린은 가볍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지우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선은 박소연의 양아버지에 관해 조사해야 해,"
하린이 말했다.
"그리고 그와 연결된 조직에 대한 정보도 필요해. 하지만 조심해야 해. 지금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할게."
그날 밤, 하린은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 그녀의 머릿속은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박소연은 정말 살아있을까?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는 무엇일까?
하린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서울의 밤거리는 여전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불빛 아래에 숨겨진 어둠을 하린은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그녀는 진실을 찾아내야만 했다.
'소연 씨,'
하린은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당신을 꼭 찾아낼게요. 그리고 이 사건의 모든 진실을 반드시 밝혀낼게요.'
하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이제 새로운 수사의 시작점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위험하고 예측할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