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지우와의 대화 이후, 그녀의 마음은 더욱 복잡해졌다. 박소연 사건의 진실,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거대한 음모···. 모든 게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하린아, 괜찮아?"
윤지우의 목소리에 하린은 고개를 돌렸다.
"응, 괜찮아,"
하린이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도대체 모르겠어."
지우는 하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우리 같이 해결해 나가자. 어젯밤에 얘기한 대로, 우선 박소연의 양아버지부터 조사해 보는 게 어때?"
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하지만 조심해야 해. 그는 매우 위험한 인물이야."
두 사람은 곧바로 박소연의 양아버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그의 이름은 김재호. 겉으로 보기에는 성공한 사업가였지만, 그 이면에는 거대한 범죄 조직의 수장이라는 의혹이 있었다.
하린과 지우는 김재호의 과거 이력, 사업 관계, 그리고 그가 박소연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 경위 등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몇 가지 중요한 사실들을 발견했다.
"하린아, 이것 좀 봐,"
지우가 갑자기 소리쳤다.
"김재호가 박소연의 어머니와 결혼한 시기가 25년 전인데, 김재호의 회사가 갑자기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강태식이 죽은 직후야. 마치···. 뭔가를 얻은 것처럼."
하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럼 강태식 선생님이 발견한 비리와 관련이 있을까?"
그때 하린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는 이민준이었다.
"네, 이 형사님."
"정하린 씨, 큰일입니다. 서현우가 탈옥했어요."
하린은 충격을 받아 말을 잇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하린이 겨우 입을 열었다.
"아직 자세한 상황은 파악 중입니다. 하지만 이건 분명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을 겁니다. 지금 당장 서현우의 집으로 가보려고 합니다. 함께 가시겠어요?"
하린은 잠시 고민했다. 서현우의 탈옥···.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네,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하린은 지우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조심해. 하린아,"
지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여기서 계속 김재호 주변을 조사할게."
하린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둘러 서현우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경찰들이 현장을 수색하고 있었다. 민준이 하린을 발견하고 다가왔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민준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직 특별한 단서는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민준은 주변을 둘러본 후 목소리를 낮추었다.
"서현우의 방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어요. 직접 한번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린은 민준을 따라 서현우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꽤 정돈되어 있었지만, 벽 한쪽에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저게 뭐죠?"
하린이 물었다.
민준은 고개를 저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 주변에서 발견된 것과 같은 문양이에요."
하린은 벽에 그려진 문양들을 자세히 살폈다. 둥근 원 안에 십자가···. 그리고 그 주변으로 눈꽃 모양의 패턴이 그려져 있었다.
"이건···."
하린이 중얼거렸다.
그때 갑자기 마루 아래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하린과 민준이 놀라 바닥에 있는 문을 찾아 열어보니, 그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서현우가 그곳에 서 있었다.
"서현우 씨?"
민준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서현우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제발···. 제발 조용히 해주세요. 제가 모든 걸 설명할게요."
하린은 서현우의 감정을 읽으려 노력했다. 공포, 불안, 그리고···. 결연한 의지?
"서현우 씨,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탈옥한 거죠?"
하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서현우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소연이가···. 소연이가 위험해요. 제가 그녀를 보호해야 한다고요."
민준이 앞으로 나섰다.
"잠깐만요. 박소연 씨가 정말 살아있다는 겁니까?"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살아있어요. 하지만 지금 그녀는 큰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김재호···. 그자가 소연이를 찾아낸 것 같아요."
하린은 너무 놀라 숨을 들이켰다.
"어떻게 그걸 알았어요?"
서현우는 주머니에서 쪽지 하나를 꺼냈다.
"이걸 받았어요. 소연이한테서 온 거예요."
하린은 조심스럽게 쪽지를 받았다. 거기에는 짧은 메시지가 적혀있었다.
"현우야, 도와줘. 그 사람이 나를 추적하고 있어. - 소연"
"이게 정말 박소연 씨가 쓴 건가요?"
민준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물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어요. 저희 둘만 아는 암호가 있어요. 이건 분명히 소연이가 보낸 게 맞아요."
하린은 쪽지를 세심하게 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 종이···,"
하린이 중얼거렸다.
"이상한 느낌이 들어요. 마치···. 얼음같이 차가운 그런 느낌."
서현우의 눈이 커졌다.
"그래요? 그럼 소연이가 있는 곳은···. 그곳은 아주 차가운 곳이 분명해요."
민준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차가운 곳이라니요? 무슨 말씀이시죠?"
이때 서현우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건 아주 긴 이야기예요. 하지만 지금 당장 소연이를 찾아야 해요. 제발···. 저를 믿어주세요."
하린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서현우의 감정에서 그녀는 진실성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서현우 씨,"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우리가 당신을 도와줄게요. 하지만 그 전에, 모든 걸 솔직하게 말해주세요. 박소연 씨의 죽음을 위장한 게 정말 당신인가요?"
서현우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정말 제가 그랬어요. 하지만 지난번에 말씀드린 것처럼 그건 소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어요."
"어떻게 죽음을 위장한 거죠? 자세히 말해주세요."
민준이 물었다.
서현우는 깊게 숨을 내쉬었다.
"그건···. 김재호의 범죄 조직과 관련이 있어요. 그들은 특수한 기술을 가지고 있었어요. 사람의 체온을 극도로 낮출 수 있는···."
하린과 민준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피해자들의 몸에서 눈꽃 모양의 흔적이 발견된 거군요."
하린이 중얼거렸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리고 저는 그 기술을 이용해 소연이의 죽음을 위장했어요. 하지만 실제로 죽은 건 다른 사람이었죠."
"그 사람은 누구였죠?"
민준이 다그치듯 물었다.
서현우는 고개를 숙였다.
"그건···. 제가 모르는···. 아니, 알지만 말할 수 없어요. 당신들의 안전을 위해서예요."
하린은 서현우의 감정에서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그녀는 서현우가 아직도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현우 씨,"
하린이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도 당신을 돕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려면 모든 진실을 알아야 해요. 박소연 씨와 당신, 그리고 김재호 사이에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서현우는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건···. 학교에서 시작됐어요,"
서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학교에는 큰 비리가 있었어요. 강태식 선생님, 소연이의 아버지가 그걸 발견했죠. 하지만 그 비리의 중심에는 김재호가 있었어요."
"그래서 강태식 선생님이 살해된 거군요."
민준이 말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지만 강태식 선생님은 죽기 전에 모든 증거를 소연이에게 넘겼어요. 그리고 김재호는 그걸 알아냈죠. 그래서 강태식과 소연이를 없애려고 한 거예요."
"그런데 어떻게 김재호가 소연 씨의 양아버지가 된 거죠?"
하린이 물었다.
서현우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김재호와 강태식은 소연이가 어렸을 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나 봐요. 그 당시에 김재호는 강태식의 약점을 잡았고, 김재호는 그걸로 소연이의 어머니에게 선택권을 줬어요. 자신과 결혼하거나, 아니면 강태식이 죽거나."
하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소연이의 어머니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럼, 박지훈은요?"
민준이 물었다.
"그는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나요?"
서현우는 고개를 저었다.
"처음에는 몰랐어요.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됐죠. 그래서 그가 그 여성들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거예요. 소연이를 보호하기 위해서."
하린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모든 퍼즐 조각이 서서히 맞춰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의문이 남아있었다.
"서현우 씨,"
하린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왜 김재호는 그 여성들을 살해한 거죠? 그들도 비리와 관련이 있었나요?"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들은 모두 과거 학창 시절의 그 비리에 연루되어 있었어요. 그들은 모두 김재호의 실험 대상이었어요. 김재호는 그들이 입을 열까 봐 두려워했던 거죠. 그래서···."
"그들을 제거한 거군요. 박지훈 씨도 비슷하게 진술했어요."
민준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왜 그렇게 특이한 방식으로요?"
하린이 물었다.
"체온을 극도로 낮추고, 눈꽃 모양의 흔적을 남기고···."
서현우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김재호의 집착 때문이에요. 그는 자신의 감정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리고 그는 그 능력을 극도로 자랑스러워했어요. 차갑게 식은 시체와 눈꽃 모양의 흔적은 그의 '서명'과도 같은 겁니다."
하린은 깜짝 놀랐다. 그래서 그동안 김재호의 감정을 제대로 읽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럼 둥근 원 안의 십자가 문양은요?"
민준이 물었다.
"그건 김재호 조직의 상징이에요,"
서현우가 대답했다.
"얼음처럼 차가운 심장을 의미하죠."
하린은 모든 게 명확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동시에 더 큰 위험도 느꼈다.
"서현우 씨,"
하린이 말했다.
"우리가 박소연 씨를 찾는 것을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당신은 저희와 함께 경찰서로 가야 해요.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 일을 해결해야 합니다."
서현우는 잠시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하지만 서둘러야 해요. 소연이가 위험해요."
민준은 즉시 무전을 쳐서 상황을 보고했다. 그리고 세 사람은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경찰서로 가는 길에 하린은 지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우야, 김재호에 대해 더 알아낸 게 있어?"
"응. 하린아,"
지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재호가 최근에 한 냉동 창고 회사를 인수했어. 그리고 그 회사가 특이한 기술을 개발 중이래. 극저온 기술 말이야."
하린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지우야, 그 회사 주소 좀 알아봐 줘. 빨리."
"알았어, 지금 바로 찾아볼게."
하린은 전화를 끊고 민준과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김재호가 냉동 창고 회사를 인수했대요. 아마도 박소연 씨가 그곳에 있을지도 몰라요."
민준의 눈이 커졌다.
"그럼 우리는 지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군요."
"그래요, 방향을 바꿔야 해요,"
하린이 말했다.
"박소연 씨를 먼저 구해야 해요."
서현우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스쳤다.
"정말 고마워요. 소연이를 꼭 구해주세요."
민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심한 듯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매우 위험한 작전이 될 겁니다. 모두 신중해야 합니다. 그리고 서현우 씨는 소연 씨를 구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세요."
세 사람은 즉시 방향을 바꾸어 지우가 문자로 주소를 보내준 김재호의 냉동 창고로 향했다. 가는 길에 하린은 계속해서 주변의 감정을 읽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그녀는 점점 더 강한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모두 조심하세요,"
하린이 말했다.
"우리가 가까워질수록 위험도 커지고 있어요."
마침내 그들은 냉동 창고에 도착했다. 거대한 건물 앞에 서자 하린은 강한 한기를 느꼈다. 그것은 단순히 추위 때문만은 아니었다.
"여기 같아요,"
서현우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소연이가 분명히 여기에 있을 겁니다."
민준은 신중하게 주변을 살폈다.
"모두 조심합시다. 김재호와 그의 조직원들이 언제 나타날지 모르니깐요."
하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게 밝혀질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소연의 운명, 김재호의 정체,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진실···.
"자, 그럼 들어가 볼까요?"
하린이 말했다.
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냉동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이 순간이 그들의 운명을 영원히 바꿔놓을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