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by 은파

“살아서든 죽어서든 너의 책임을 완수하라.”

- 존 러스킨



현대사회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는 마치 무거운 짐처럼 여겨진다. 과거 우리 선조들에게 책임은 인격의 표상이자 삶의 자세였다. "무조건 내 탓이오!"라는 말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당당히 책임지려는 의연한 태도가 배어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책임의식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마치 뜨거운 감자를 던지듯, 사람들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기에 바쁘다.

이러한 책임 회피의 풍경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회사에서는 실수가 발생하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느라 정작 문제 해결은 뒷전으로 밀린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부모와 교사가 서로를 탓하며, 정작 교육의 본질은 흐려진다. 심지어 정치권에서는 책임 회피가 하나의 기술이 되어버렸다. "책임질 일이 없다"라는 말이 오히려 당당하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근저에는 복합적인 사회 구조적 요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먼저, 극단적 개인주의의 만연을 들 수 있다. 전통 사회에서는 개인의 행동이 공동체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만이 강조되면서, 그에 따르는 책임 의식은 약해졌다. 마치 권리라는 동전의 한 면만을 바라보며, 책임이라는 다른 면은 외면하는 것과 같다.

두 번째로, 과도한 처벌 문화를 지적할 수 있다. 작은 실수에도 가혹한 처벌이 뒤따르고, 인터넷상의 무차별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차라리 책임을 회피하는 쪽을 선택한다. 이는 마치 잘못을 인정하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또한 현대사회의 복잡성도 한 요인이다. 하나의 사건이나 문제가 너무나 많은 요소와 얽혀 있어, 책임의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가 힘들어졌다. 이러한 상황은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을 낳고, 결과적으로 책임 회피를 쉽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책임 회피의 문화는 심각한 사회적 병폐를 낳는다. 가장 큰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본적인 윤리의식마저 흔들리고 있다. 또한 이는 사회적 신뢰의 붕괴로 이어진다. 서로서로 믿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진정한 발전이 불가능하다.

이제는 책임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 책임은 단순한 처벌이나 비난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과 발전의 기회로 보아야 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는 마치 나무가 강한 바람을 견디며 더욱 단단해지는 것과 같다.

또한 책임의 공동체적 차원도 회복해야 한다. 개인의 책임과 공동체의 책임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책임을 나누자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책임을 이해하고 돕는 문화를 만들자는 의미다.

교육 현장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책임의 의미를 올바르게 배우고 실천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실수나 잘못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결국 책임은 우리 삶의 본질적 가치다. 그것은 단순한 의무나 부담이 아니라,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끄는 힘이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어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하고 성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책임은 나의 존재 이유다

인간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향해 나아가는 존재다. 마치 강물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어떤 지향성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이데거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세계 속에 '내던져진' 채로 존재하는 '현존재'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 공간에 놓여있다는 의미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의 지평 속에 놓여있다는 실존적 상황을 의미한다.

왜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추구하는 것일까? 그것은 우리가 단순히 '있는 그대로'의 존재가 아닌,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봄날의 씨앗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의 가능성을 품고 있듯이, 우리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채 세상에 던져졌다. 우리는 주어진 한계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초월해 가는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실존적 상황에서 책임의 의미가 드러난다. 가능성의 존재로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고, 그 선택에는 항상 책임이 따른다. 이는 마치 갈림길 앞에 선 여행자가 반드시 한 길을 선택해야 하는 것과 같다. 선택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그에 따른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우리의 삶 전체가 이러한 책임의 연속이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우리는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진로를 결정하고, 관계를 맺고, 직업을 선택하는 등 모든 순간이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다. 심지어 죽음조차도 우리가 살아온 선택의 총체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책임은 단순한 의무나 부담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본질적 특성이다. 우리가 가능성을 지닌 존재이기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을 통해 우리의 삶은 의미를 획득한다. 책임은 우리를 구속하는 사슬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열쇠이다.

하이데거가 말하는 '개별화의 용기'는 이러한 책임의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를 의미한다.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유한하고 일회적인 삶의 무게를 온전히 짊어지고, 그 책임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대중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용기를 말한다.

이러한 자세는 진정한 자유로 이어진다. 역설적으로, 우리는 책임의 무게를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마치 새가 중력의 법칙을 이용해 날아오르듯이, 우리도 책임이라는 무게를 딛고 자유를 향해 비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 각자는 자신만의 유한하고 특별한 실존을 살아가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우리만의 선택과 책임의 여정이다. 이 무게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자신의 가능성을 향해 나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은 책임의 무게를 더욱 무겁게 만든다. 하지만 바로 그 유한성 때문에 우리의 선택과 책임은 더욱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된다. 한 번뿐인 삶, 그 속에서 우리가 지는 책임의 무게야말로 우리 존재를 빛나게 하는 보석이 될 것이다.

나의 가치를 증명하라

생명이 깃드는 순간, 우리는 이미 책임을 부여받는다. 마치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싹을 틔워야 할 소명을 받듯, 우리도 태어나는 순간부터 이 삶을 의미 있게 살아내야 할 책무를 지닌다. 자연의 모든 생명체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 책임을 수행한다. 나무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새는 하늘을 날며, 물고기는 바다를 헤엄치며 각자의 존재 방식을 실현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은 특별하다. 우리는 이성과 자유의지라는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살아가는 것을 넘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있다. 이는 축복인 동시에 무거운 짐이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갈림길 앞에서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지는 삶이란 자신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 주체적으로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넘어선다. 그것은 자신의 존재 방식 전체에 대한 책임, 즉 실존적 책임을 의미한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으며, 필요한 변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이러한 책임의 구체적 모습이다.

이러한 책임의 여정은 절대 쉽지 않다. 때로는 고독한 길이 될 수도 있고, 많은 희생이 요구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로 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성장을 경험하고,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마치 다이아몬드가 극심한 압력 속에서 만들어지듯, 우리의 가치도 책임이라는 무게를 견디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책임감 있는 삶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더욱 큰 의미를 지닌다. 우리는 가족, 친구, 동료, 나아가 사회 전체에 대한 책임을 지닌다. 이는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우리의 존재가 관계적 존재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우리의 선택과 행동은 항상 타인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태도가 요구된다.

특히 현대사회에서 책임의 의미는 더욱 확장된다. 환경문제, 사회적 불평등,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 등, 우리가 마주해야 할 책임의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이는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동시에 우리의 존재 가치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기회이기도 하다.

삶의 여정에서 우리는 종종 좌절하고 실패할 수 있다. 책임의 무게가 때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무거워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마다 우리는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상기해야 한다. 우리가 지는 책임은 단순한 짐이 아니라, 우리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증표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임지는 삶은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것은 단순히 외적인 성공이나 인정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 의미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책임감 있게 살아갈 때, 그것은 자연스럽게 우리의 가치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부터 더욱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가자. 그것이 비록 어렵고 험난한 길일지라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본질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세상 모두가 우리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해 줄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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