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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에는 왜 to를 붙여야 할까

세이지의 영어공부 일지 1: listen to의 비밀을 발견한 날

by 세이지SEIJI

오늘도 영어 공부를 하다가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을 듣다'가 listen to일까?

Listen이 '듣다'면 바로 뒤에 목적어가 와야 하는 거 아닌가? 왜 굳이 to를 붙이지?

그동안 그냥 [~을 듣다 = listen to~]라고 외우기만 했는데, 갑자기 너무 궁금해졌다.


영영사전을 뒤적이다

궁금할 때는 무조건 영영사전이다. Oxford 영영사전을 펼쳤다.


listen: to pay attention to somebody/something that you can hear


어? "어떤 소리에 주의를 기울이다"라고 나와 있다.

그냥 '듣다'가 아니었네. '귀를 기울이다', '주의를 기울여 듣다'였구나!

그럼 'OO에 귀를 기울이다'니까 '~에'에 해당하는 전치사 to가 붙는 게 자연스러운 거였다.

더 찾아봤다. Listen의 어원은 '주의를 기울이다'는 뜻의 게르만어 계열 고대영어 hlysnan에서 나왔다고 한다. 아예 처음부터 '주의'가 핵심이었던 단어구나.

그리고 사전에 [no object]라는 표시도 보인다. Listen은 목적어 없는 동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내가 '~을/를'이라고 생각하니까 이상했던 거다.


Hear는 또 뭐지?

그럼 같은 '듣다'인 hear는 뭘까?


hear: to become aware of sounds with your ears


아, '들리다'네. 내가 듣고 싶든 말든 그냥 귀에 들어오는 소리.

"Do you hear me?" (내 말 들려?)

그래서 hear은 바로 목적어를 받는 타동사구나.

이제 이해된다. 왜 '청력'은 hearing이고 '듣기 시험'은 listening test인지.


또 다른 발견

이런 식으로 보니까 다른 것도 보이기 시작했다.

'~을 낳다'가 give birth to라고 달달 외웠지만 여기에도 또 to가 붙네?

영어를 그대로 직역하면 'OO에게 탄생을 주다'다. 아하, '~에게' 니까 역시 여기도 전치사 to가 붙는구나.

"She gave birth to a daughter." (그녀는 딸에게 탄생을 주었다 → 딸을 낳았다)


그동안 놓친 것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너무 많은 걸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영단어 = 한국어 뜻]이라는 등호로만 생각하니까 단어의 진짜 의미는 놓치고 있었던 거다.

그러고 보면 영어권과 한국어권에는 완전히 똑같은 개념이 없다. 그저 비슷한 걸 찾아서 억지로 짝지을 뿐이다. 알파벳 B, P 발음도 한국어 ㅂ, ㅍ과는 다른 소리인데 그냥 비슷하다고 치부했잖아.


일본어 공부할 때도 그랬다

예전에 일본어 배울 때도 똑같았다.

'(교통수단을) 타다'가 のる(노루)인데, 왜 'OO을 타다'가 'OO를(を)のる'가 아니라 'OO에(に)のる'인지 의문이었다.

찾아보니 のる의 본뜻이 '오르다'였다. 'OO에 올라타다'니까 당연히 'に'가 붙는 거였다.

그런데 일본어 교재는 그런 말을 해 주지 않았다. 그냥 'OO을 타다'는 예외적으로 조사'に'를 쓰니까 그렇게 외우라는 것이다.


아하!

오늘도 영어 공부하다가 또 하나 삶의 지혜를 배웠다.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습관이 얼마나 위험한지. 언어공부뿐만 아니라 인생에서도 "왜?"라고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영어 단어 하나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이런 생각까지 이어질 줄 몰랐다.

내일은 또 어떤 걸 발견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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