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컴퓨터
-꽃채운-
목욕탕에 엄마와 함께 갔던 날입니다
따듯한 물에 몸 녹이기 무섭게
재잘재잘 아주머니들의 대화소리가 들립니다
내가 요즘 컴퓨터 공부를 하고 있어
다 늙었대도 컴퓨터는 할 줄 알아야겠더라고
아들 딸들에게 물어보면 화만 내
무식하다더라 이것도 못하냐면서
엄마의 숙원도 컴퓨터 배우기였습니다
컴퓨터를 할 줄 몰라 쌓인 먼지만 닦아주시던 엄마
오고 가는 대화를 듣던 엄마가 말합니다
나도 컴퓨터 배우고 싶어
그 말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내가 선생님이 되기로 했습니다
잘 못 알아들으신대도 화내지 않고 차근차근 알려드릴 참입니다
엄마가 어린아이에게 세상을 알려줬듯
그 아이가 커서 엄마에게 세상을 알려줄 준비를 합니다
예전부터 컴퓨터를 못 만지는 게 싫으셨던 엄마. 종종 컴퓨터를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셨습니다. 전원 버튼 누르는 것도 겁이 난다고요. 간단한 서류를 떼는 거나 은행 업무도 집에서 컴퓨터로 하면 금방인데 그걸 못한다고 속상해하셨습니다. 서류 뗄 일이 있으면 은행이나 동사무소로 달려가기 바빴습니다. 긴 대기시간을 기다려 서류 한 장 들고 나오시면서 얼마나 컴퓨터가 배우고 싶으셨을까요. 오늘 엄마에게 컴퓨터 선물을 해주기로 했습니다. 비싼 가격에 부담스럽다 하셨던 엄마. 딸아이가 번 돈을 나를 위해서 쓰고 싶지 않다던 엄마의 말에 조금 속상하기도 합니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 건데, 엄마를 위해 쓸 수 있다면 제가 더 기쁜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