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여기 꽃 같은 사람이 둘
흐린 날 피는 꽃
-꽃채운-
사실 날이 흐리다고 축 쳐지는 걸 이해 못 했어
근데 이제 그 마음이 이해가 가
내 말을 들은 엄마가 말했다
뭐야, 네가 꽃이야?
엄마가 마음앓이할 적에
내가 매주 꽃다발을 사 안겨주며 했던 말이다
엄마는 꽃 같은 사람인가 봐
날이 흐리면 축 쳐지잖아
그런 날엔
이렇게 잎도 닦아주고
물도 듬뿍 줘야 해
그래야 내일의 햇살을 받지
그렇다면 여기 꽃 같은 사람이 둘
이렇게 피어있다
지난 일요일에는 날이 잔뜩 흐렸습니다. 저녁에는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더군요.
낮에 엄마와 산책을 했습니다. 길을 걷다 밥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죠. 금방 나온 밥을 먹다가 네모난 창 밖 흐린 하늘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날이 흐려서 그런가, 몸도 마음도 물을 먹은 듯 축 쳐지는 날이었습니다.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 이제 흐린 날에는 축 쳐진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가."
엄마가 슬쩍 웃더니 답합니다.
"뭐야, 네가 꽃이야?"
밥을 먹고 돌아가는 길가에 코스모스가 한창입니다. 한아름 피어난 꽃들을 보니 몇 해 전 매주 꽃다발을 사 왔던 기억이 났습니다.
"내가 매번 꽃다발 사 왔었는데. 기억나?"
"그럼~ 기억나지. 왜, 너도 꽃다발 사다 줘?"
서로의 얼굴을 돌아봤습니다. 엄마를 보면 그냥 웃음이 납니다. 기분이 나아졌습니다.
"아니야, 나는 됐어."
꽃 같은 사람이 여기 둘, 흐린 날에도 이렇게 피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