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치스(Arches) 국립공원을 다녀와 그린리버(Green River) 모텔에서 1박 한 후, 다음 행선지인 모뉴먼트 벨리(Monument Valley)를 향해 길을 나섰다.
밤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갔다. 예기치 못한 추운 날씨에 당황한 몸이 위태위태하고, 뒷바퀴 왼쪽 타이어 공기압도 말썽을 부린다. 빨리 이 지역을 벗어나야 한다.
구글맵은 전날 갔던 아치스 공원을 거쳐 가라고 안내했지만, 출발 직전, 한 번 갔던 길을 또 가고 싶지 않아 30분 정도 더 걸리더라도 Hanksville 쪽으로 가기로 코스를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얼마나 잘한 일이었던가!
광활한 평원 한가운데 일자로 쭉 뻗은 도로를 달려, 무슨 무슨 캐년들을 지나치며 가다 보니, 점점 오가는 차량이 뜸해지고 나중엔 도로 위에 30분 가까이 우리 차만 달린다.
붉은 바위산과 협곡, 내리쬐는 태양이 있는 이곳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아무도 살지 않는 외계 행성에 우리 두 사람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에서 풀려난 해방감,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시원함, 자유로움을 느낀다!
날아갈 듯 한껏 업된 기분으로 풍경을 둘러보며 가다, 붉은 황무지 위에 햇빛을 받으며 고요히 서 있는 자동차 한 대를 발견했다.
커다란 바위 옆, 도무지 납득이 안 되는 곳에 자리 잡은 자동차는 캠핑을 하려는 것 같았다.
물도 전기도 없고, 인터넷도 안 터지는 이런 오지에서 혼자 캠핑이라고? 무섭지 않나?
이해불가의 놀라움은 곧바로 찬탄과 존경심으로 바뀐다. 속해있는 세상과 무리로부터 떨어져 나온 그 자발적 단절이 단호하고 고고해 보인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은 여행을 떠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다. 새로울 것 없이 반복 돠는 일상이 슬금슬금 지겨워지고, 어찌할 수 없는 관계에 소모되고 있는 자신을 깨닫게 되면 훌훌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조용히 분리되어 방전된 육체와 정신에 새롭고 싱싱한 에너지를 채워 넣는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이렇게 까지 극단적으로?
불현듯, 이런 데서 타이어가 펑크 나거나 차가 퍼진다면 큰일이겠다 싶은 현실적인 공포감이 밀려온다. 몇 시간째 마을도 인가도 보이지 않고, 인터넷, 물, 전기 공급이 안 되는 이런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하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해서 득 될 것이 없다...
길들이 서로 만나며 차들이 점차 늘어나고, 마침내, 몇 대의 차들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서 잠시 쉬어가자고 내렸다가 맞닥뜨린 발아래 장관!
그날 밤 검색해 보니, 미대륙 대자연의 스케일과 웅장함에 압도되었던 그곳은, Moki Dugway!
이 걸 보려고 우리가 아침에 루트를 바꿨구나.
광활한 대평원이 내려다 보이는 뷰 포인트를 지나 구불구불 이어지는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수직 절벽을 끼고 가는 아슬아슬한 급경사 오프로드다. 반대편에서 오는 차를 만나면 심장이 더욱 오그라든다.
아니, 저 사람은 또 뭘 하고 있는 것일까?
한 남자가 그늘 한 점, 나무 한그루 없는 이 드넓은 황야,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홀로 배낭을 메고 터벅터벅 걷고 있다.
어디서부터 걸어오고 있으며 어디까지 걸어갈 작정인가? 도대체 왜? 인간에 대한 경외감에 말문이 막힌다. 그의 육체도 정신도 어메이징할 뿐이다.
지나치면서 창문을 내리고 엄지 척 응원을 보냈다.
평소 존경해 마지않는, 극단의 모험과 완벽한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대리만족하며, 열광했던 그곳, Moki Dug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