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 주셨어요, 그래서 저도 사랑만 주려고요

소금빵

by 유리심장

억지로 먹이지 마세요, 오히려 토하는 게 탈수될 수 있어 더 안 좋아요.

아이가 좋아하던 게 있으면 많이 먹이시고요.


아이는 지난 주 화요일에 돌아와서 급격히 상태가 떨어지더니,

눈에 보일만큼 아무것도 먹지도 못했고 마시지도 못했다.

거기에 진통제까지 토해버리니 나는 정말이지 어쩔 줄을 모르는 상태였다.


아니 의사양반, 알겠는데... 우리 애가 목이 타고 배가 고프고

건 둘째치고 아프다면서, 세상 약까지 토하는데

어떤 엄마가 그걸 보고 억지로 안 먹이겠소.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쑥 밀고 나왔다가 들어갔다.

결국 일주일 뒤에 보기로 한 약속을 깨고, 아이를 들쳐업은 채 다시 금요일 서둘러 한 시간 거리 병원행.


그 사이 아이는 300g이나 다시 빠져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3일마다 한 번씩 다시 와서 주사 진통제를 맞추자 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불가능해요, 안 막히는 시간을 피해 와도 한 시간이예요... 그 시간이 아이에게 얼마나 스트레스일지.

더구나 제겐 아직 셋이나 더 남은 걸요. 그 애들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나나를 위해서라도

저 돈 벌어야 해요. 재택이 가능하니까 지금 이것도 하지요.


결국 고민하며 머리를 맞댄 결과, 피하주사를 위한 수액과 일주일치 주사 진통제가 다시 한웅큼

내 손에 쥐어졌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쿠팡에서 종류별로 주사기와 바늘을 따로 또 주문했다.


다시 시작이었다.




나나는 다른 간식엔 특별히 관심이 없었는데, 유독 관심있어 한 것이 빵이었다.

그것도 버터가 가득 들어간 빵.


우리 애들은 진짜 이상해, 츄르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그렇다고 사람 음식에 코박는 것도 아닌데

유독 나나는 버터향이 가득한 빵만 보면 자다 나와 한쪽 면만 브이라인이 된 채

온통 찌그러진 얼굴을 해서라도 나오곤 했다.


그래서 버터가 들어가다 못해 흘러 넘치는 소금빵을 구웠다.

집안에 있는 모든 불을 켜고 아이가 누운 베란다만 불을 꺼두었다.

왁자지껄한 소리에 아이도 기운내길 바랬고 부산한 언니, 오빠를 눈으로 쫓길 바랬다.

시끄러운 TV 소리와 선풍기 소리,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구워지고 있는 소금빵 소리.


작디 작은 오븐에서 꺼냈을 때 집안 가득 퍼지는 버터향이

아이가 어? 이건 먹고 가야겠는데? 라는 마음을 주길 내내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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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는 김에 당신도 좀 드릴까 싶어서 넉넉히 구웠어요.


그 소리에 메신저 너머 남자친구는 또 눈물바람이다. 으이구...

그는 요즘 툭하면 눈물바람이다. 바보. 그가 울어버리면 나는 울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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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코 가까이 소금빵을 가져다 대니 그 작디 작은 콧구멍이 아주 조금 움찔했다.

반가웠다. 토하고 나선 정말이지 아무것도 의욕이 없어보였던 콧구멍이었는데.


하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속살 아주 조금에 혀를 한 번 가져다 대더니, 터벅 터벅 걸어서 구석으로 가서 다시 털썩.

덕분에 새삼 '버터와 밀가루 맛'에 눈 뜬 셋째만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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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김 식힌 소금빵을 하나 하나 싸서 포장해두었다.

그래야 요즘 바쁜 남친이 간식으로 하나씩 먹을 수도 있고 아님, 아이가 다시 관심을 가지면

그 때 다시 신나서 살짝 데운 다음 먹일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어쩐지 조금 맥빠진 나는 평소처럼 진공포장하는 대신

대략 샌드위치 비닐을 꺼내 돌돌 말아 테이프로 붙여 냉동실에 넣었다.

그래도 조금은 기대했었는데.

가는 날에는 가더라도, 그 날까지는 너무 많이 아프지 않길 바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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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자꾸 차가운 곳을 찾아 이동한다.

비틀 비틀 제대로 걷지도 못하면서, 그 놈의 성질머리는 사라지지도 않는지

찬 곳만 골라서 눕고, 포기하고 수건을 덮어주었더니 이불킥- 하면서 냅따 걷어차버린다.

그렇게 걷어찰 기운이 있으면 밥을 먹어라... 이놈!


나도, 아이도, 그리고 나의 아이들이자 나나의 오빠, 언니도 안다.

이제 곧 떠날 때가 되었단 것을.


아이들끼리는 꽤나 착실하게 이별을 준비하는 듯 하다.

특히나 늘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한 남자인 꼬룽이는 더더욱 살뜰하게 나나를 챙긴다.

평소에 나룽이가 그다지 꼬룽이에게 다정하지 않았는데도, 그래도 그런다.




내심 어머니는 걱정이 되셨는지 아이가 어떤지 넌지시 물으신다.

아이들을 다섯이나 키우면서,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어머니의 마음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사랑만 내게 주셨으니, 나도 역시 사랑만 줄 수 있는 거겠지.

그 모양이 다를 뿐... 나도 그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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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다행스럽게도 맞는 진통제는 효과가 조금 있는지, 일단 먹는 걸 토하진 않습니다.

수액 피하주사는 좀 삐약... 하지만. 떠나지 않는 건 안 되겠지만, 덜 아프게 지내다 가길.

8월인 아이 생일은 좀 지나고 가길 내심... 조그만 욕심을 내보고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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