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른 애들처럼 곱게 한 달 치 월급 줄 테니 나가라. 퇴직금, 연차수당 그리고 회사사정 퇴직으로 실업급여받게해 줄게.라고 하는데 내가 지금 그러고 있지 않아 내쫓을 마땅한 뾰족한 수가 없어서
다시 다니라고 하면
나는 다닐 생각이 있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상 생각이 많다.
정말 어휴, 우리 회사 앞으로 창창하지 그럼 그럼.. 이면야 모르겠는데 그렇게 넘어가긴 너무 많은 것들을 보고 듣고 느껴왔어서.... 생각이 많아진다.
요는 그거다.
어떻게든 회사와 협의해서 다시 다니든 어쨌든 다시 엉덩이를 이곳에 붙인다 해서 한 번 이렇게 사람을 우스꽝스럽게 만든 회사에 대해 내가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실로 부부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일단 둘 사이에 돈 문제가 없으면 모를까, 어느 순간 집안에 금전이 돌지 않게 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것들도 다 걸고 넘어가게 되고, 까탈스럽게 되고 하나씩 다 맘에 안 들고.
처음 입사해서 맡게 된 파트에 대해 정말 열심히 참여하곤 했다.
내 포지션 상 굳이 현장에서 고객사를 미팅할 필요가 없는데도 강원도까지 가서 미팅을 하고 오기도 하고 오는 CS 받고 수습하고 실상 회사에서 내게 요구한 포지션은 거기까지였지만, 그걸 만족할 리가 없어 이래저래 계속 뭔가를 꼬물락 거리고 만들어 보고 제시해보고 했다. 그 와중 개발팀하고 의견이 부딪혀 싸우기도 하고 숨을 푹푹 내쉬기도 하고 뭐 그랬었다.
그러다 결국 올해 3월, 야심 차게 시작했던 고객사와 서비스 론칭을 시작하자마자 엉망진창이 되었다.
뭐 여러 가지 요인이 있었지만 해당 고객사 본사와 계속 소통하면서 서비스 론칭을 준비했는데, 그 서비스가 실제로 오픈되는 현장에서는 전혀 듣던 바 처음, 이라는 반응이 와버렸고 현장에서 서비스에 요구하는 것은 본사가 우리와 협의했던 내용이랑은 너무도 상이하게 달랐다. 그 와중 나의 상급자들은 본사의 회장급 이상과 협의를 하고 합의를 해줘야 하는데 그쪽 조차도 우왕좌왕.
현장에서는 지금 서비스 대상 고객들에게 컴플레인이 터져서 죽겠다고 하고 현장 직원들은 본사에 하소연해 봤자 답이 없으니 이제 우리 쪽으로 불평불만이쏟아져 들어왔다. 나는 그걸 틀어막느라 환장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불평불만을 듣는 건 문제가 아닌데 언제까지고 쉬쉬, 모른 척 할 수는 없었다.
나는 빠른 협의를 해주길 내 윗 상급자들에게 요청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명확히 책임지는 것을 피하느라 그도 흐지부지.
그 와중 대표는 왜 론칭을 했는데 사용율이 나오지 않는지, 매출이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 강하게 압박했고 그 결과 사업 종료.
그리고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그 와중 기존 돌던 사업을 접었으니 새로운 사업을 찾아서 계획을 세우고 매출 목표를 세워야 하는데 일단 부서 전체가 나아가야 할 파트와 영역, 그리고 그 안에서 얼마의 매출을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세팅은 정말이지 내 할 일이 아니었다. 올해 우리 부서 매출 목표가 10억일지, 100억 일지를 내가 잡을 수 있나. 잡을 수도 없고 잡아서도 안 된다. 그건 분명 내 위에 있는 부사장급이나 이사급이 설정하고 이제 그 목표를 어떻게 실제로 월별로 구현해 낼 것인가의 상의부터가 내가 뛰어들어 할 수 있는 일인 것이다. 하지만 그 마저도 지금 거의 한 달 반이 다 되어가는데도 마침표를 찍었나. 아니다. 아직도 확정은 아니랜다.올해 절반이 지나가는데도 우리 부서는 아직도 확정이란 말이 그 누구에게서도 안 나온다.
그러니까, 골인 지점이 명확치 않은데 일단 눈 밖에 안 나기 위해서는 뛰는 척이라도 해라, 일단 월급은 나오지 않냐. 그게 지난 달 목표설정에 애먹던 내가 상급자들에게 울듯 매달린 끝에 들은 답이었다.
거기서 운영 CS를 총괄해 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여기에서 내가 쫓겨나는 이유가 나온다.
할 일이 없으면 회사 앞마당이라도 쓸었어야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PPT라도 거들었어야지.
그동안 연차는커녕, 대휴도 다 가지 못 해 이제 갔더니, 그것도 꼴 보기 싫은 거다.
자신들이 쉴 때 일한 건 생각이 나지 않고, 이제 자기들 대가리 쪼개지는데 눈치 없이 휴무나 쓰고 말이지, 쯧.
.... 할 말이 없다.
그러니까 요는,
눈치 못 챙겨서이다.
꼭 우리 부서뿐만 아니라 모든 부서가 듣도 보도 못한 매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달성할 수 있어!!! 힘차게 출발해도 여러 변수들 때문에 틀어지기 쉽상인 게 목표라는 건데 일단 그걸 설정할 때부터 되겠니? 같은 소리들을 하고 있는 거다.
거기에 울며 겨자먹기로검사받듯대표에게 가서 컨펌받으면서X까이고 있고, 그중심사 통과한 건 다시 대표가 투자사들이나 투자자들에게 가서 검사받는 구조화되어있는 거다. 투자를 그렇게 받아버렸으니, 이젠 이 회사는 우리 회사가 아니라 남의 회사이고 그러니까 어떻게든 투자사 쪽에 맘에 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하기 위해 내부 직원들이 갈려 나가든, 현타가 오든 그건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닌 거다. 일단 이 번 텀 넘기고, 그다음 또 다음 텀 넘기면서 연명하듯 연명하듯...
그것이 불합리하다고 말하는 건 세상 눈치 없고 병신인 거다.
그 목표에 다들 짓눌려서 허덕대다가 멍-한다 해도,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고. 눈치껏, 앞마당이라도 쓸었어야 했던 거다.
그리고 난 그 눈치가 없었던 XX인 거고.
그래서 고민인 거다.
나는 적어도 정당한 해고의 이유를 듣지 못했고 근무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는데 그럼에도 불구 절대 재고의 여지없이너를 내쫓겠다 했고
내 입장에서는 최소한 권고사직으로 좋게 끝내려면 3개월의 급여와 퇴직금, 연차수당(사실 이것도 일수로 근무 대체 하면 비용이 더 나온다는 건 알고 있지만 복잡하기 싫어서 입 닫..), 그리고 실업급여.
그러니까 결국 회사와 나는
다른 건 다 합의했고 급여 두달치 가지고 또 완력싸움인 거다.
이렇게 정리하니까, 너무 헛웃음이 나오는 중. 심지어는 내가 억 단위를 내놓으라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그조차도 아깝지, 아무렴. 너는 나갈 때조차도 곱게 안 나가는구나. 괘씸해... 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