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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 아이스크림을 찾아라

행복 보석 1

by 정미숙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저녁식사 풍경.

각자 하루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가족 모두에게 특별한 순간이다. 남편은 경기도와 충청도를 오가며 관련업체 사람들과 내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아이는 교과 진도가 끝난 시간에 영화 <서울의 봄>을 보았다고 한다. 12.3 비상계엄은 온 국민에게 충격 그 자체였기에 학교에서도 관련 영화나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었다.


아이가 자라자, 가족이 함께 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저녁밖에 없다. 그 시간만큼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눈을 맞추며 집중한다. 1시간 만에 식사가 끝났다. 아이가 뭔가 또 먹고 싶은지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닫는다.


"겨울아, 먹고 싶은 게 없니?"

"엄마, 초콜릿 우유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그건 어디서 파는 건데?"

"편의점요."

"엄마 아빠가 사다 줄까?"

아이는 눈을 반짝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과 생각지도 않은 밤 외출로 목도리를 하고, 장갑을 꼈다. 겨울 날씨답게 바깥공기는 차가웠고, 말을 할 때마다 하얀 입김이 나왔다. 먼저 집 앞 GS25 안으로 들어가 아이스크림을 매의 눈으로 찾아보았지만, 없다. 남편과 함께 옆 아파트 편의점으로 이동하며 겨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유독 남편은 겨울만 되면 다쳤다. 빙판길에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고, 스키를 타다가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응급실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달려갔던 시간들을 지금은 웃으며 나누지만, 그때는 정말 무서웠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 번째 편의점에 도착했다. 이곳에도 초콜릿우유 아이스크림은 없다. 다른 아파트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금요일 저녁답게 가게 안에는 많은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 뜨거운 사케가 생각나는 날씨지만, 지금은 미션 수행 중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CU편의점이다. 이곳에도 없다. 세븐일레븐에도 없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없다고 하자, 실망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린다. 남편은 반드시 사가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렇게 다섯 번째, 여섯 번째 편의점에 들렀다.


편의점 안쪽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찾았다."

빠른 걸음으로 편의점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지나 냉동실 앞에 도착했다. 아이가 원하던 '초콜릿 우유 아이스크림'이 보였다. 미션을 성공했다는 뿌듯함에 남편과 눈을 맞추며 하이파이브를 해 본다.


이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기분이 좋을까. 딸에게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중학생이지만 지금 이 순간 행복한지 폭풍 칭찬을 해준다. 아이에게 듣는 칭찬은 어떤 칭찬보다 부모를 기쁘게 한다.


"겨울이 덕분에 미션수행하며 1시간 동안 정말 즐거웠어요. 오늘은 운동 못할 줄 알았는데 걷기 운동도 하고, 칭찬도 받아서 기쁨 두 배예요. 이런 게 진짜 행복 맞죠?"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아주 작은 행복은 우리 곁에서 우리가 찾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밤, 남편과 미션완료 인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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