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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 Apr 14. 2024

일상속 스위치 껐다 켜기

열다섯 번째 주, 집중을 선택해야 하는 시간




이번 주, 평소 루틴을 지키기 어려운 한 주였다. 업무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이 고작 하나 생겼을 뿐인데 생각보다 원활하게 해결이 되지 않아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어떤 일이든 계획대로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예비 시간도 여유 있게 두었건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마음이 쓰인 나머지 개인적인 일상을 보내는데 온전한 시간을 쏟기 쉽지 않았다.


마음이 쓰인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왜 마음이 쓰일까. 왜 이것으로부터 헤어 나오기 어려울까. 어차피 퇴근 시간이 지나면 내가 추가로 무엇을 하더라도 진전이 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협업이 필요했으므로) 생산적으로만 보자면 처리하지 못한 일을 움켜쥐고 있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분명 머리로는 이것을 아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음이 쓰인 것은 고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번의 마음 쓰임은 고민이란 불청객으로 인해 업무의 효율성을 따져가며 일할 때의 나와, 개인 시간을 보낼 때의 나로 스위치를 바꾸기 어려웠다. 불쑥 찾아온 불청객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해결하기 어려운 것인가. 혹은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한가. 많다면 얼마나 많이 필요할까. 혹시 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어떤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까 와 같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불청객과 한참을 마주하고 나니 생각보다 친절하다는 느낌이었다. 잘 달래면 걱정했던 것보다 빨리 돌아갈 듯해 보였다.


불청객은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세상 사는 게 초대한 손님만 맞이할 수 없듯 고민도 불쑥 찾아온다. 사실 이번에는 약간의 예고가 있었기에 생각보다 친절하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머무른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어려운 일이 닥치면 고민을 바로 마주하기보단 잠시 미뤄둘 때가 있다.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될 때가 있다. 이제는 도저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나서야 비로소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번 주가 그런 날들이었다. 허리를 곧추세우고 바로 앉아야 하는 시간.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해야 하는 시간. 대단하진 않아도 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던 날들이었다. 덕분에 독서, 일기 쓰기, 달리기, 산책 등과 같이 사랑하는 것들의 스위치를 모두 꺼두어야 했지만 이런 시간을 마주할 때 내가 사랑하는 것의 소중함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된다. 어둠 속에서 빛의 소중함을 알듯, 행복하기만 일상에선 행복의 기쁨이 무뎌지게 마련이다.


불청객도 나에게 찾아온 손님이기에 그가 떠난 자리가 덧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응대해야 한다. 그러한 자국들이 나무의 나이테처럼 하나, 둘 쌓여 내 삶을 풍요롭고 유의미하게 만든다. 그래야 이번 주 꺼두어야 했던 스위치를 다시 올렸을 때 내가 행복해하는 일상으로 평온하게 복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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