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주, 욕망을 마주할 용기에 대하여
30대 초반, 꿈꾸던 일과 이별을 하고 한참을 행복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이번 주는 행복의 본질을 찾아 허우적대던, 그 시절로 돌아가 본 시간이었다.
행복이란 대체 무엇일까?
군대를 전역하고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였다. 어떤 것이 날 행복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보기로 했다. 그런 걸 찾을 수만 있다면 행복을 손에 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작된 꿈의 공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몇 년이 지났을 때, 꿈을 직업이란 울타리 안에 넣을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고 움켜쥐었다. 그때가 고작 20대 중반이었으니 정말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하늘에 넘실거리는 구름을 손에 쥔 것처럼 행복해했었으며, 하루하루가 감사했다. 하루를... 아니, 1분 1초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았다. 행복이란 바다에서 평생을 헤엄칠 수 있을 것 같았고, 두 팔을 벌려도 안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꿈을 껴안으며 내 몸이 더 커질 수 없음이 답답하면서도 기뻤다.
다시 몇 년이 지나자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넘치는 행복을 주체하지 못한 채 담을 수 없는 것에 짓눌리던 나를 돌보지 않은 대가였다. 속절없이 흘러간 시간도 의식하지 못했음은 당연했다. 패배감에 고개를 떨구고 나서야 제자리로 돌아와 버린 30대의 나를 자각할 수 있었다. '이것이 그렇게 찾아 헤매던 행복의 결말인가...' 행복이란 것 자체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행복이란 것이 진정 있긴 한 걸까', '있지도 않은 허상 때문에 삶을 허비했던 건 아닐까'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는 시간만 하염없이 길어질 뿐 어는 곳에서도 답을 구할 수 없었다. 나에게 넓은 바다를 선물한 행복은 그렇게 내 곁을 떠났다. 난... 행복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한, 기약 없는 구조를 기다리는 나룻배가 된 것만 같았다. 그렇게 떠돌다 답을 알고 있던 나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다.
답을 알고 있었다. 알고 있는데 모른 척해야 했다. 그러니 질문을 질문으로 답하며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던 거였다. '무엇이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행복을 의심했던 질문은, 알면서도 답을 피하는 이유를 찾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근본적인 문제와 마주 설 용기를 내는 것이었다.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것. 행복을 얻기 위해 나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인 마음. 그것을 나쁜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 이걸 나쁜 것이라 생각했을까. 행복을 찾는 일에 왜 타인을 우선해서 배려했던 걸까. 애초에 행복을 찾는 주체가 온전한 '나'가 아닌 30년을 살아오며 사회화된 '나'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여기에서 질문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질문이 올바르게 되자 심해에서 벗어나 선명하게 내리쬐는 빛을 만날 수 있었다. 꿈은 사라진 것이 아니었고, 행복도 날 버린 게 아니었다. 생각보다 조금 빨랐을 뿐인 꿈과의 이별을 실패라 정의해 버린 게 잘못이었다. 시작부터 잘못된, 뒤엉킨 감정이 뱉어낸 패배감이 마치 제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느끼게 했던 것이다. 실패한 게 아니었는데... 틀린 게 아니었는데... 그 누구도 나에게 실패했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나를 제일 사랑해야 할 내가 누구보다 날 파괴하고 있었던 거였다.
다시 시작하자. 꿈꾸던 20대의 그때로 돌아가자. 행복이란 바다 중심에 서 있던 그때의 '나'에게 돌아가 답을 구해보자. 분명 그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었고, 그건 사실이었다. 그랬다. 그때의 '나'는 꿈꾸던 일을 직업으로 갖기 위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기대마저 철저히 배제할 용기가 있었다. 선택엔 온전히 '나'만 있었다. 세상에 홀로 우뚝 서 있는 내가 있었다. 이성보단 안에서 끓어오르는 욕망에 집중했었다. 욕망과 마주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고독한 시간을 견디고 나서야 그 누구와 비교될 수 없고, 비교하지 않아도 되며, 비교할 필요가 없는 행복을 만날 수 있었던 거였다. 세상에 홀로 선 채 욕망과 당당히 마주하고 나서야 행복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30대의 '나'는 그렇게 20대의 '나'에게서 답을 얻었다.
30대 초반의 '나'로부터, 한참 시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떨까. 치열한 고민 끝에 얻은 답을 잘 가꾸며 살아오고 있는 걸까. 글쎄... 어떤 부분에선 맞기도, 아니기도 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프레임 안에서 안주하며 안정된 모습을 진정한 행복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시 행복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왔구나 싶었다. '지금 끓어오르는 욕망을 다시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혹시 사라져 버린 건 아닌가?' 고민했고, 질문했다. 30대 초반의 내가 꿈을 손에 움켜쥘 때를 기억하고 답을 얻었듯,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를 만나는 중이다.
아직 답을 얻지 못했지만, 결심은 섰다. 사회가 제멋대로 그어 놓은 선을 이번에도 넘어보기로. 나의 욕망을 온전한 나로서 마주해 보기로. 그때도 두려웠고 지금도 두렵다. 결과를 알 수 없는 미래는 언제나 그런 거니까. 결국 진정한 행복을 찾고야 말았던 과거의 내가 그랬듯, 지금의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결론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보기로 하면서... 이번에도 세상에 홀로 설 채비를 마친 채, 행복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