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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상적인튀김요리 Nov 23. 2021

최고가 아닌 꿈을 그리는 것

열세 번째 책  <열세 살의 덩크 슛>

<깔끔하게 꽂는 책꽂이>는 초등학생 아이들이 읽으면 좋을 작품을 선생님의 관점에서 읽고 소개합니다. 주변에 책이 재미없다는 이유로, 지루하다는 이유로 혹은 길거나 어렵다는 이유로 멀리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권하고 함께 이야기하고 공감하며 천천히 그리고 끝까지 읽어보세요. 그러면 아이들은 분명, 그다음의 책을 스스로 찾아 나설 겁니다.



매년, 우리는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묻습니다. 의사, 선생님, 축구선수, 요리사, 크리에이터 다양합니다. 되고 싶은 이유도 제각각이죠. 많지 않지만, 장래희망이 없는 아이들도 꽤 있습니다. 그리고 이유 없는 장래희망도 꽤 있죠. 그리고 그런 꿈이 없는 아이들을 보며,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뭔가 되어야 할 텐데, 뭔가 꿈꿔야 할 텐데 장래희망을 이루고 싶은 이유가 있어야 할텐데 하고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열세 살의 덩크 슛>의 주인공 하나는 아역배우로 유명한 연예인이 되는 것이 정해진 꿈입니다. 기획사에 오디션도 자주 보러 다니죠. 연기에는 영 자신이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 하나가 부모님의 사정으로 전학을 가게 되고 집을 옮기게 되면서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하나의 부모님은 옮긴 동네에 떡집을 개업하셨습니다. 맛이 기가 막힌 떡을 만드는 정직한 '떡 하나 떡집'입니다. 부모님의 솜씨에 떡 하나 떡집은 느리지만 묵묵히 나아갑니다. 그러던 중, 하나네 떡집 옆에 떡카페가 새로 입점합니다. 떡'카페'라는 세련된 말처럼, 세련된 곳입니다. 공격적인 홍보, 분위기 좋은 카페, 보기 좋은 팥빙수까지 눈을 사로 잡습니다.


하나는 이 사실을 곧장 부모님께 알립니다. 우리도 옆 가게처럼 떡 카페를 하는 게 좋겠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내키지 않는 모양입니다. 보기 좋은 떡이 아니라, 맛 좋은 떡을 만들고 싶다는 엄마의 작은 꿈 때문입니다. 하나는 '최고'가 되지 않겠다는 엄마가 어리석다고 생각하죠.


하나의 가치관을 괴롭히는 일은 학교에서도 일어납니다. 키가 컸던 하나가 부상당한 친구 대신 농구부에 임시로 들어가게 되면서 말이죠. 하나는 우연히 들어간 농구부에서 알 수 없는 흥미와 두근거림을 느낍니다. 연예인이 되고 싶었던 마음과는 조금 다른 마음입니다. 몸을 부딪치고 공을 튀기고 땀을 흘리면서 또, 농구부 주장 지수를 비롯한 아이들에게서 자신에게는 없는 무수한 열정을 지켜보면서, 묘한 흥미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 것입니다. 하나에게 정해져 있었던, 어쩌면 의심하지 않았던 꿈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인지, 흥미로운 일인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결국, 부모님의 떡집은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꿈을 따라 정직하게 떡을 만들고 팥을 만들더니 동네에서 인정받는 떡집으로 입소문을 탑니다. 손을 다쳐 경기에 뛰지 못했던 농구부 주장 지수는 그제야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농구를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며 자신의 꿈을 향한 마음가짐을 다잡죠. <열세 살의 덩크 슛>의 하나는 엄마와 지수를 보며, 두 가지의 진실을 가슴속에 새깁니다. 꼭 최고의 꿈을 꿀 필요는 없다는 것을, 그 꿈이 절대적일 필요도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틱! 아깝게 공이 골대에 맞고 떨어졌다. 하지만 하나는 속상하지 않았다. 공은 또 던지면 되니까. 달려가 공을 주웠다. "오하나, 이제 연예인 아니고 농구 선수하려고?" "그냥 하는 거지 뭐. 재밌으니까." 하나가 환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골대를 향해 공을 힘차게 던졌다. (150p)



저는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을 물으며 꼭, 앞에 꾸며주는 말을 함께 묻는 편입니다. 선생님이 아니라,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이라든지 축구선수가 아니라, 가족들의 자랑인 축구선수라든지 요리사가 아니라, 세계에 레스토랑을 낸 요리사라고 앞에 꾸며주는 말을 붙이는 겁니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꾸며주는 말을 물으면, 대번에 장래희망을 말할 때와는 다르게 멈칫거립니다. 아이들에게 꿈은 결과이기 때문이죠. 선생님이 되는 것과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생님이 되는 건 전혀 다른 꿈입니다. 축구선수가 되는 것과 가족들의 자랑인 축구선수가 되는 것도 다른 꿈이죠.


<열세 살의 덩크 슛>을 읽으면서, 제 자신도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명확하고 뚜렷한 꿈을 바란 게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장래희망을 적어 내는 것을 잠시 멈추고, 책을 함께 읽으면서 아이들이 꿈꾸는 것에 대한 진심과 이유를 찾아보게 하는 건 어떨까요?


그리고 나아가서는, 하나의 꿈을 정하는 것 이전에 나의 꿈을 꾸며줄 말을 찾아 다양한 꿈을 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나처럼 빗나간 공은 다시 주우면 되고 거창한 이유가 아니더라도 그냥 해보는 것도 재밌는 일이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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