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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Jul 30. 2024

몸은 망가져도 기분은 좋다.

  배에 빵구가 났다.  전에는 돈을 주니 칼을 들이밀더니 이번엔 돈을 달라고 칼을 들이미네.  니들도 의사들처럼 돈 받고 해라.  아, 그건 아닌가?  그러네.  돈 받고 하면 청부업자가 되는 거네.  그럼 안 되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증이 별로 없다.  배 둘레 넓게 퍼진 에어백 덕분에 깊게 안 찔린 건가?  통증 대신 약간 간지럽다는 느낌이 살짝 드는 건 무슨 이유에설까?  벌써 새 살이 올라오는 건 절대 아닐 테고, 혹 마취성분이 들어간 약을 발라줬나?  통증은 별로 없지만 움직이기에는 많이 불편한데다 팔뚝에 링거 바늘을 달고 있어 밖으로 나가기에는 무리다.


  병원에서 탱자탱자 환자 놀이를 즐기는 건 아니었지만 남들 보기엔 아무것도 안하는 내 모습.  하지만 내 속은 아이들 걱정에 새까맣게 타들어만 간다.  아이들과 헤어진 지 벌써 10시간이 넘어가고 있다.  지금 아이들은 어떤 상태일까?  경찰들과 같이 있어야 할 텐데.  마음씨 좋은 어떤 분이 아이들을 위한답시고 데려가면 찾기 더 어려울 수 있는데.  설마 두 놈이 같이 있지 않고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


  이런저런 생각에 입은 바싹 말라가는데 복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이들이 인심 후해 보이는 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경찰과 함께 들어온다.  


  오, 이런 세상에.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렇게 좋을 수가.  그간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던 작은 녀석이 내 품에 격하게 안기고는 이내 운다.  아 놔 증말.  거기 빵꾸 난 곳인데.  눈에 확 들어오는 녀석의 머리채를 잡아 넘기고 싶지만 기적적으로 내 품에 안긴 녀석에게 할 짓이 못되어 그저 토닥이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떨어져줄래.  거기 칼 맞아서 빵꾸 난데거든.'  


  녀석은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고는 그제야 상태가 어떠냐며 묻는다.  나를 걱정해주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바로 이거지’ 하는 생각이 머리를 꽉 채웠다.  아, 이 기분 좋아.  이 분위기 좋아.  이대로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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