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찾아왔다. 스콜처럼 하루는 맑고 하루는 흐린 먹구름을 안고 온다. 어제의 화창함을 뒤로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새침하게 천둥을 동반한다.
살다 보면 갑작스러운 번개처럼 일상의 발작이 일어날 때가 있다. 돌아보면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소소한 일상 속 다가오는 미세한 감정은 폭풍우처럼 몰아친다.
평온한 일상 속 가슴의 통증이 그랬고, 남편의 녹내장 진단이 그랬으며, 아들의 뇌 물혹 오진이 그랬다. 작든 크든 자신에게 다가온 일들은 크게 다가오는 법이니까. 순간,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폭풍 속에 갇혀버리다가도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 언제나 따뜻한 햇살이 찾아오듯 평온한 일상이 찾아온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 모양과 색을 달리해서 찾아오는 삶의 노곤함은 자신을 단련시키고 강하고 둥글게 만들어 주었다.
세찬 비가 지붕에 치닫고 비명을 지르고 있다. 흘러간 시간을 되돌아보는 이 시간, 그도 지나간 자리엔 흔적을 남긴다. 지금은 보이지 않는 흐린 안개 속이어서 쏟아내는 통곡만으로 자신을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분명 햇살은 다시 찾아온다. 그것이 우리가 이 순간을 살아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