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리페 4세의 신임을 얻게 된 벨라스케스는 당대 유럽 최고의 화가로 전성기를 맞고 있었던 루벤스가 스페인에 잠시 체류하던 시절, 그와 직접 대면할 영광을 맞게 된다. 벨라스케스는 루벤스의 충고대로 이탈리아 여행을 꿈꾸게 되고 이윽고 왕의 허락을 받아낸 뒤 제노바, 베네치아, 로마와 나폴리에서 1년여 동안 머물게 된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에 머물던 시절 남긴 걸작이다.
화산을 연상시키는 용광로에서 일을 하느라 대장장이의 신으로 알려진 불카누스(헤파이스토스)는 신화에 의하면 주피터르의 바람둥이 기질에 잔뜩 독을 품은 아내 주노(헤라)가 남편의 질투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혼자 만들어 낳은 아이로, 화가 치민 주피터르의 발길질에 올림포스 산에서 떨어져 다리를 절게 되었다고 한다.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 아폴론을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이가 바로 불카누스로 그의 몸이 비스듬한 것은 바로 그의 다리가 성치 못하기 때문으로도 볼 수 있다. 이 비운의 불카누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갖 것을 다 만들어내는 기막힌 기술로 신들의 사랑을 독차지했으며, 급기야 미의 여신 비너스와의 결혼에도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의 '바람둥이 양대 산맥'중 하나가 남신 주피터르라면, 여신은 단연코 비너스이다. 그녀는 마르스(아레스)와 사랑에 빠졌고 그림은 이를 태양의 신 아폴론이 고자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림 속 불카누스는 다른 일꾼들과 마찬가지로 대장장이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서민적인 분위기를 풍기고는 있지만 군살 없이 탄탄하고 대리석 같은 피부를 지닌 그야말로 완벽한 몸매는 '인체의 이상화'라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전통을 벨라스케스가 습득한 결과로 보인다. 오른쪽 일꾼이 막 다듬고 있는 갑옷은 빛이 닿는 부분에 일어나는 색의 변화를 면밀하게 잡아내는 베네치아 화가들의 화풍을 떠올리게 한다. 마찬가지로 아폴론이 두르고 있는 붉은 옷의 색조를 빛의 강약에 따라 미묘하게 변주시켜낸다거나 쇠를 달구는 솥, 일꾼들이 걸친 옷가지 등의 질감을 표현해내는 능력은 티치아노나 틴토레토의 능숙함과 비견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작품은 벨라스케스가 애초에 누군가의 주문을 받아 제작한 것이 아니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진일보된 기량으로 완성한 이 작품은 스페인으로 돌아오자마자 펠리페 4세에게 높은 평가를 받고 팔렸다.
프라도 미술관은 소묘, 판화, 동전, 메달, 장식 미술분야에서 각기 수천 점을 비롯해 회화 작품만도 거의 8,000점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여러 날을 잡고 찬찬히 봐도 다 못 볼만큼 방대한 양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8,000여 작품을 다 전시할 수도 없을뿐더러 회화 작품만도 1,300여 작품만 공개하고 있다. 그러니 주요 몇 작품만 선택해서 볼 수밖에 없는 아쉬움은 있지만 몇 작품만이라도 관람한 여운이 이리도 오래 남을지 예상을 못했다.
미술전공은 아니지만 작가들의 작품을 보고 느꼈던 감동, 내가 그 작품 앞에 서서 감상할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지는구나 하는 감격, 작품 감상하고 돌아와서 자료를 찾을 만큼 열성적인 내 모습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무언가가 있구나 지금까지 내 모습은 외부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진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실에 앉아서 주입식으로 배우는 것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을 여행을 통해 체험한 자로서 나의 감동이 고스란히 전해지지야 않겠지만 앞으로 경험하게 될 누군가의 작품 안목을 높이는 큐레이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에고 벨라스케스는 타고난 천재성도 있었지만 그만큼 노력한 사람이고 모든 사람들을 편견 없이 있는 그대로 그려낸 화가다. 그래서 진정성과 진솔함이 그리고 그의 성실함이 왕의 눈에 띄어 오래도록 왕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고 많은 화가들의 롤모델이 될 만큼 실력, 인품, 인격이 두루두루 갖추어진 화가임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