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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마련이 꼭 필요한 거야?

스키마! 결혼하다!

by 스키마

2012년 3월 24일 대전의 한 예식장

“신랑 입장”이라는 소리와 함께 신랑 스키마는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식장으로 입장하였다.


KakaoTalk_20250119_130039578.jpg 동생이 일하는 대전 예식장에서 결혼식을 올린 스키마


“결혼을 한다고?” 대학교 친구들이 놀라며 물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12년은 스키마의 나이 고작 만 30세였다.


그전 선배들이야 그 나이 때 결혼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분위기였으나,

스키마 세대에서는 조금은 이른 결혼이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제일 먼저 결혼을 하는 것이었다.

2025년인 현시점에 보면 사고라도 치지 않는 이상 이렇게 빨리 할 수 없을 정도의 이른 결혼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빠르게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던 스키마는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안동에서 태어난 아가씨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2012년 3월 드디어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스키마 인생에 가장 잘한 선택이었으며

그가 험난한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게 해 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


결혼 3개월 전 스키마는 전셋집을 구하기로 했다.

수원에 직장을 구한 뒤 줄곧 혼자 자취를 해왔던 스키마는

살고 있던 원룸 계약이 마무리되어 가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그 기간에 맞춰서 신혼집을 구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였다.


나이가 30살이나 되었지만 매번 원룸에서만 살아왔던 스키마는

아파트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었다.

그의 부모님도 시골에서 살고 계셨기 때문에 딱히 조언을 구할 수도 없었다.


결국 회사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회사 버스를 타기 좋은 곳의 21평 구축 아파트에서 먼저 시작하라고 조언해 주었다.

별 생각이 없던 스키마는 회사 선배들의 조언대로 해당 아파트 단지로 향했고

눈에 제일 먼저 띈 부동산에 들어가 집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날 겨우 단 두 개의 집을 본 스키마는 나이 지긋하신 할머니 혼자 사는 집이

좋다며 바로 계약을 해버리고 만다. 무려 1.5억이 되는 전셋집을 문방구 들어가서

볼펜 고르는 것보다 더 쉽게 결정해 버린 스키마였다.




입주 청소날이 되었다. 누가 봐도 베테랑으로 보이는 여사님 4명으로 구성된

청소팀은 구석구석 청소를 열심히 해주셨다.

그러다 안방 청소를 하러 들어간 여사님이 나를 다급히 불렀다.


“새신랑~ 여기 도배 새로 해야 할거 같은데?

담배 연기가 아주 벽지에 달라붙었어!”


아... 그 할머니께서 담배를 엄청 사랑하시는 분이었구나...

보기에는 세상 점잖고 평온해 보이셨는데, 그게 담배 덕이었나?

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가지고 뒤늦게 부랴부랴 근처 도배집을 수소문해서 날짜를 잡았다.


입주청소를 마치고, 도배를 새롭게 하고 가전과 가구가 모두 들어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신혼전셋집은 그렇게 준비가 되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인생 첫 아파트 전셋집을 큰 이슈없이

세팅한 스키마는 스스로가 몹시 뿌듯했다.


그렇게 3개월 뒤 결혼식을 올리고 맞이한 신혼 생활은 너무나도 만족스러웠다.


회사 출퇴근 시간이 채 30분도 걸리지 않았으며,

회사 버스 정류장이 아파트에서 걸어서 5분밖에 걸리지 않았고,

출발지였기 때문에 언제나 여유롭게 앉아서 갈 수 있었다.

자신의 선택에 몹시 만족한 스키마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전셋집 재계약 시점이 되었다.

스키마의 집주인은 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으로 은퇴하신 분이셨고

투자 목적으로 집을 구매하셨다고 했었다.

하지만 아파트값은 2년 동안 변동이 없었고 전세비 역시 동결로 재계약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스키마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낡은 아파트가 어떻게 가격이 오른다는 거지,

전세로 살면 돈 한 푼 안 들이고 2년을 더 살 수 있는데 집을 왜 사는 거야?’


그리고 와이프와 뱃속의 아이에게 자랑스럽게 말했다.

“전세비 한 푼도 안 올리고 재계약했어, 우리 아기 태어나도 어차피 짐은 크게 변동 없을 거니깐

여기서 4년 정도 더 살고 평수 넓혀서 신축 아파트 전세로 가자”


"오빠 그래도 아이가 태어나면 집은 사야 하지 않을까?"라고

와이프가 조심스레 의견을 냈지만 그 의견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스키마였다.


대한민국의 훌륭한 전세 제도 덕분에 단 1푼의 전세금도 올리지 않고 재계약을 한

스키마는 집을 사야 하는 이유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전세금을 1원도 안 올려준 집주인을 만난 것도 너무나도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전세집에서 계속 살면서 저축 열심히 해서 돈 모으고

그동안 집 값이 떨어져 있을테니 그 때 필요하면 새집을 매수해야겠다.

우리 나라 인구가 계속 감소중인데, 집 값이 계속 오른다는게 말이 안되지!

라고 생각하는 스키마였다.




2025년 1월 현재

스키마 가족은 신년을 맞아 외식을 하러 수지의 한 식당에 왔다.

스키마의 주니어 지유는 어느덧 초등학교 5학년을 앞두고 있었다.


스키마는 맥주 한잔을 와이프에게 따라 주며 겸연쩍은 말투로 말하였다.

“그때 신혼 전셋집 매수 했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어 그렇지?”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은 와이프는 말했다.

“내가 오빠가 하겠다는 일중 유일하게 반대한 게 그 집 매수하겠다고 한 거야

그리고 내가 말은 안 했지만 그 집이 얼마나 불편했는 줄 알아?

부엌은 거의 사용 못 할 수준이었고,

쓸데없이 베란다만 커서 공간 활용이 제대로 안되었다고"


그 당시 회사 출근 버스도 타기 변했고,

회사랑도 가까워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했던 스키마와는 전혀 다른 기억을 가진 와이프였다.

생각해 보면 스키마 본인은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들어왔으니,

집에 머무르는 시간도 없었고 부엌에서 뭘 직접 만들어 본 기억도 없다 보니

와이프가 말한 불편한 부분에 대해서는 차마 생각이 미치지 못했었다.


“그래 맞아. 그땐 내가 무슨 생각에 평생 전세로 산다고 그랬는지 모르겠어.

지금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 우리 지유 덕분에 아파트 분양받아서 다행이었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 자기 혼자 밥을 야무지게 먹고 있는 지유를 바라보며

스키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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