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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인생 첫 대출 그리고 인플레이션

주택담보 대출? 원리금 상환 방식이 뭐예요?

by 스키마

“분양 신청한 거 어떻게 되었어? 발표 났던데. 난 떨어졌더라”


“아 그래요? 전 아직 확인 못했어요. 지금 확인해볼게요.

형 다음에 좋은 기회 있을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합격 발표가 이리 떨렸던 적은 대학, 회사에 이어 세 번째인 거 같았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조회를 누른 결과~




“축하드립니다. OO아파트 분양에 당첨되셨습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회를 알려준 동료형은 당첨이 되지 않았기에 크게 기뻐할 수 없는 스키마였다.


이를 눈치채고 “축하한다. 난 어차피 집이 있어서 당첨확률이 너보다 낮았어” 라며

스키마의 당첨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형이었다.


스키마는 바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걸어 이 소식을 알렸고, 둘은 그날 저녁 축하파티를 열었다.


“오빠 그럼 아파트는 언제 다 지어지는 거야?”


“아 나도 잘 모르는데, 잠시만 한번 찾아보자. 2017년 8월 입주네.

지금 14년 이니깐 3년 뒤에 입주하는 거야”


“그럼 아파트 매수 금액은 어떻게 내는 거야?”


“응? 다 지어지면 그때 가서 내는 거 아닌가?”


“나도 잘 모르지만 듣기로는 계약금, 중도금, 잔금 이런 식으로 나눠서 낸다는 거 같던데?”


“아 그래?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한번 알아봐야겠다”


운이 좋게도 아파트 분양 당첨에 성공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아파트를 매수해 본 적 없던

스키마는 어떻게 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스키마가 분양받은 아파트는 29평이었고, 층수 또한 24층 로열층이었다.

이에 3.54억 정도의 분양가가 책정되었고, 발코니 확장과 시스템 에어컨 (안방, 거실) 설치로

1800만 원 정도가 추가되었다. 총 3.72억의 돈을 납부하면 되는 것이었다.


계약 시 10%, 6차례 나눠서 10%씩 중도금을 내고 잔금 30%를 내는 구조였다.

그래도 저축만큼은 열심히 해오던 스키마였기 때문에 최초 계약금 10%를 내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중도금과 잔금이었다.

계약금 10%를 제외한 나머지 90%에 대한 대출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대출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던 스키마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했다.




결국 같은 부서에 가장 최근에 아파트를 매수했던 선배를 찾아가 질문했다.


“저 이번에 아파트 분양 당첨이 되어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오 분양받았어? 축하해! 분양받은 거면 아마도 집단 대출 연계 은행이 있을 거야.

기다리고 있으면 공지를 해줄 거니깐 그 은행으로 가서 대출을 받으면 돼.

집단 대출이라서 금리도 저렴하게 잘해줄 거야”


“아 그러면 그 대출받은 건 언제까지 갚아야 하는 거예요?”


“보통은 주택담보대출이면 원리금 상환방식으로 20년 정도 갚아나가면 될 거야”


“원리금 상환 방식은 뭐예요?

그리고 20년이요? 그렇게나 오래 갚아나가야 해요?”


“아 이런 대출에 대해서 정말 하나도 모르는구나.

대출은 본인의 신용만을 가지고 하는 신용대출

그리고 무언가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하는 담보대출이 있어.

네가 하려고 하는 건 아파트라는 담보를 통해 대출을 하는 주택담보 대출이야.


그리고 대출을 상환하는 방식에는 총 3가지가 있는데

이자만 갚아나가는 방식,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는 방식

원금+이자를 균등하게 같이 갚아나가는 방식이 있지.


상식적으로 봤을 때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나가는 게 이자가 젤 적게 내겠지?

왜냐면 대출한 원금이 계속 줄어드니깐?”


그리고 말을 이어나가며 대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선배였다.


“네가 20년을 갚아나가는 게 너무 길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대출을 장기간 갚아나가는 건 몹시 유리한 구조야.

인플레이션이라고 들어봤어?”



“네 인플레이션 들어는 봤는데 정확한 뜻은 잘 몰라요”


“우리가 흔히 예시로 너 초등학교 때 새우깡 가격과 지금 새우깡 가격이 다르잖아.

이건 기업이 이윤을 많이 내기 위해 가격을 올린 게 아니라 화폐의 가치가 하락을 했기 때문인 거야.

이걸 이해하지 못하면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아… 죄송한데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 지금은 와닿기 어려울 거야. 차근차근 공부해 보기를 추천하고.

왜 대출을 길게 받으면 좋은지만 간단히 설명을 해줄게.

지금 물가가 2.5% 정도로 매년 오른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런데 금리 2.5%로 대출을 받은 거야.

네가 당장 2억이란 큰돈을 대출받아서 매년 2.5%의 이자를 내지만

사실은 인플레이션 즉 물가상승으로 이자 없이 그 돈을 당겨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거지.


그 사이 넌 아파트라는 안락한 환경을 미리 사용할 수 있게 되고

혹시라도 아파트 값이 상승하게 되면 공짜로 빌린 돈으로

너의 자산까지 덩달아 오르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거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대출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반드시 대출을 해야 하는 거지”


선배는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끔 설명을 해주고자 노력하였으나,

금리, 대출 상환 방식,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 등 기초적인 지식도 없던

스키마는 너무나도 소중한 인생의 조언을 한 귀로 흘려보내게 된다.


선배의 중요한 조언은 새까맣게 잊고 집단 대출만 기억한 스키마는 그렇게 인생 첫 대출을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시간은 어느덧 흘러 2017년 8월이 되었다. 그동안 착실히 6차 중도금까지 납부한 스키마였다.


입주 전 아파트 사전점검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잔금 30%까지 치른 스키마의 가족은

드디어 인생 첫 본인들의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키마는 다짐한다


“대출금 2억 최대한 빨리 갚아야지!! 인생에 빚을 지고 살아갈 순 없어!!”

이미 선배의 조언은 머릿속에서 없어진 지 오래였다.




'25년 회사에서 후배들에게 열변을 토하는 스키마이다.


"아니 그러니깐 자 들어보라니깐. 자 봐봐 매년 물가가 2.5% 오르잖아?

그런데 네가 2.5% 금리로 대출을 받아서 그걸 연금에 투자해!

그런데 그 연금 계좌가 매년 4%의 수익을 낸다고 가정하면 무조건 이득이라니깐?"


"아 그런데 대출을 받기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부모님이 인생을 살면서 대출은 최대한 받지 말라고 하셨어요"


스키마는 불현듯 10년 전 자신에게 대출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선배가 생각났다.

그때 그 선배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이 후배들은 이 자본주의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난 그동안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변할 수 있었지?라고

지난 10년을 곰곰이 돌이켜 보는 스키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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