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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그리고 고급 세단

고생한 나와 가족에 대한 선물

by 스키마

아파트 대출금을 2년여 만에 모두 갚아버린 스키마는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도 뿌듯했다.


지은 지 2년밖에 안된 새 아파트가 온전한 나의 소유라니?

아직 30대 중반 밖에 안되었는데 경기도 나름 큰 도시에 자가를 보유하고

앞으로 월급 만으로도 충분히 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스키마는 그동안 고생한 본인과 가족들에게 물질적인 보상을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회사를 다닌 지 10년이 되어서 회사에서 근속 휴가 3개가 나오고

개인 휴가 7개를 붙여서 약 2주간의 휴가를 다녀올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그래 이렇게 고생했는데 2주간 유럽 여행을 가야겠다.



결심이 서자 이 계획을 와이프에게 전달했고,

와이프도 기뻐하며 어느 나라를 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나아가 스키마는 한 가지 더 큰 선물을 본인과 가족에게 하기로 결심한다.

그것은 바로 13년 동안 본인의 발이 되어 줬던 아반떼 차량을 교체하는 것이었다.


2009년 사회 초년생 시절 차를 너무나도 갖고 싶었던 스키마는

철없던 그 당시 부모님을 졸라 준중형 신형 아반떼를 구입했다.


차가 있어야 연애도 할 수 있고 결혼도 할 수 있다는 해괴한 논리로 부모님을 설득하였는데,

결과론적으로 이 차량 덕분에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까지 골인하였으니

그 당시 스키마의 주장이 얼토당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차량들이 하나둘 나왔고

스키마의 아반떼는 그 당시 경차에도 탑재되어 나오는 기능조차도 없는

과거의 차량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다.


특히나 본가와 처가가 3시간 이상씩이 걸리는데, 명절마다 그 막히는 도로를

아반떼로 운전하여 다니다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운전을 다 하고 나면 오른쪽 다리가 얼얼 해지고 허리가 뻐근해졌다.


그동안 고생했던 본인과 가족을 위해 큰 선물을 하기로 하였던 스키마는

마침내 신규 차량을 구입하기로 결정하였다.


티코 사러 갔다가 벤츠 산다는 말이 있다.


조금만 돈을 쓰면 더 좋은 차량을 살 수 있는 심리가 적용된 말인데,

이는 스키마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처음에 고민을 할 때는 국산 그랜져급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가

조금만 더 쓰면 제네시스를 살 수 있지 않을까?로 발전되었다가

그럼 어차피 조금만 더 쓰면 독 3사 중형 세단을 살 수 있지 않을까?로 결론이 나버렸다.


결국 차량의 등급이 조금씩 오르더니 최종적으로 BMW 5시리즈를 계약한 스키마였다.


훗날 이 차량의 할부금은 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한 스키마에게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게 된다.

하지만 이를 알리 없는 스키마는 아파트 대출 잔금도 2년 만에

갚아버렸는데 자동차 할부야 넉넉하게 갚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2주간의 유럽 여행과 BMW 5시리즈라는 2개의 큰 선물을 본인과 가족들에게 안겨주었다.


스키마의 와이프는 고심 끝에 2주간의 여행지를 유럽으로 결정하였다.

아직 나이가 어린 딸아이를 고려하여 차량을 렌트하고 직접 운전하며

유럽여행을 다니기로 결정하였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입국하여 독일의 소도시를 몇 개 본 후에

이탈리아 북부로 이동하여 돌로미티를 포함한 자연경관을 감상을 한 이후

이탈리아 중부를 거쳐 오스트리아 빈, 독일 베를린으로 넘어오는 여정이었다.


약 2주간의 유럽여행은 지금까지도 스키마와 와이프에게 큰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차량 렌트를 통해 다 같이 이동하면서 겪었던 많은 에피소드들이

두 사람이 맥주를 마실 때 단골 안주거리로 등장하였다.


2019년 7월 2주간 유럽여행을 다녀오고 돌아온 직후 BMW 차량을 인수하였다.

처음 차량을 인수하고 그동안 몰던 차량보다 크기가 커서 긴장하며 집까지 돌아온 스키마이다.


차량을 본 아이프와 딸아이는 너무나도 좋아하였고,

해당 차량에 탑재되어 있던 반자율 주행 기능덕에 스키마의 오른쪽 다리는

더 이상 저리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모든 게 완벽했던 2019년의 여름이었다.




2025년 2월 어느 날


우리 오랜만에 유럽여행 사진이나 볼까?라고 말하고 클라우드 사진첩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 당시 렌트 했던 차량, 그들이 다녔던 기억나는 장소를 보며

옛 추억을 떠올리는 스키마의 가족이었다.


“와~ 처음에 이 렌트차 찾으러 갈 때 엄청 긴장했었는데”

“여기 정원에서 정말 경치가 좋았는데”

“이 카레라 호수는 정말 현실감이 없었어”

“돌로미티 간 날 우리 너무 운이 좋았어.

보통은 안개로 앞이 잘 안 보인다고 하는데 그날 날씨 너무 좋았잖아”


그러자 와이프가 한마디를 거들었다.


“맞아 그리고 유럽여행 다녀온 직후에 우리 차량 인수했잖아

그때 너무 기분 좋았었는데. 그게 벌써 5년 하고도 6개월이나 지났네

차량 할부도 어느덧 끝나고 말이야”


그 말은 스키마는 갑자기 등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22년 그 하락장 때 주식이 마이너스 90% 가까이 가는데,

차량 할부금은 한 달에 90만 원씩 내야 하니깐 정말 힘들었었어.

그때 내가 정말 많이 배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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