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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을 이해 못 하면 부자가 될 수 없다.

대출은 최대한 빨리 갚아야 하는 거야~

by 스키마

6차 중도금까지 모두 납부하고 또 한 번의 시간이 흘러 아파트 사전 점검의 날이 왔다.

요즘 아파트 하자가 많다며 정말 꼼꼼하게 봐야겠다고 결심하는 스키마였다.


최근 뉴스에서는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었다.

어떻게 아파트를 짓는데 안전과 직결되는 철근을 빼돌릴 수 있단 말인가?

아파트를 짓기도 전에 계약금, 중도금을 미리 내니깐

건설사들이 이미 잡은 물고기라고 생각하고 책임감 없이 아파트를 짓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공유되어 있는 하자 체크리스트를 들고 비장한 각오로 아파트로 들어선

스키마 부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5살 지유는 새 아파트가 마냥 좋은 듯 신나 보였다.


우려와는 달리 큰 하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몇 가지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나 아무것도 모르는 스키마가 봐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로 보였기에 하자 체크 표시만 해두었다.


마지막 잔금 30% 까지 치르고, 스키마 가족은 생애 첫 아파트에 입주하였다.


천천히 대출을 갚아 나가라는 선배의 소중한 조언은 이미 까맣게 잊은 지 오래된 스키마는

2억 원의 대출을 최대한 갚아나가는 계획을 세우게 된다.


기한 보다 더 일찍 대출을 갚게 되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게 되는데

어차피 대출을 빨리 갚으면 이자를 덜 내게 되므로 그건 걱정할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또한 이 당시 스키마는 8년간 정들었던 영업부서를 떠나 경영혁신 부서라는 곳으로

전배를 한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영업 업무를 좋아하고 잘하고 있었지만

직장 상사의 부적절한 언행들을 참을 수 없었고, 영업 업무의 비전을 찾지 못해

과장으로 진급하자마 사내 전배 프로세스를 통해 옮긴 것이다.


옮긴 부서의 특징은 해외 출장이 잦았다. 아무래도 프로세스를 셋업하고 적용하는 부서다 보니

생산법인, 판매법인등으로 직접 출장을 나갈 일이 많았다.


어린 지유와 와이프만 두고 장기간 출장 나가는 게 미안하기도 하였으나,

출장을 가면 출장비가 나오게 되고 소비만 잘 억제하면 대부분의 출장비는 고스란히

통장으로 입금되는 상황이었다.


대출을 빠르게 갚아나갈 수 있는 기회라고 여긴 스키마는 들어오는 출장비를

최대한 대출 갚는 데 사용하였다. 2년 동안 약 50% 기간 동안은 해외 출장을 다녔기에,

생각보다 많은 돈을 대출금 갚는 데 사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매년말 지급되는 보너스 또한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는데 모두 사용하였다.

이 기간 스키마 가족은 별다른 여행도 다녀오지 않았다.


다행이었던 건 스키마의 와이프도 신규 아파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던지라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삶의 만족도가 몹시 올라와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결혼을 하기 전에도 회사를 다니면서 대학원까지 다니고

3년 동안 1억을 모을 정도로 저축에는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던 스키마였기에,

대출금을 갚아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그리고 입주한 지 2년째가 되던 해 대출 2억 전액을 모두 상환하게 되었다.


출장을 많이 다녔고 2년간 보너스가 생각보다 잘 나온 덕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와이프도 별말 없이 묵묵히 따라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2년간 고생을 해준 가족들에게 감사한 스키마는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이제 내 집도 있고, 대출도 1도 없으니 이렇게 회사생활만 열심히 하면

나름 성공한 인생 아닌가? 그동안 고생한 우리 가족 그리고 나를 위해 선물을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는 스키마였다.


첫 번째 선물은 어느덧 10년이 된 국산 준중형 차량을 바꾸는 것이고

두 번째 선물은 근속 10주년을 맞아 가족 유럽여행을 떠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가지를 공표하고 스키마는 새로운 차를 알아보고

스키마의 와이프는 유럽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2025년 1월 어느 날


“오빠 우리 대출 얼마나 남았다고?”

“어디 보자, 너 새로 산 MINI 할부금까지 포함하면 5.9억 정도 되네”


“아니 정말 들을 때마다 너무 많은 거 같아”

“무슨 소리야 대출도 능력이야. 다 상환 능력이 되니깐 대출을 해주는 거지”


“아니 예전에는 그렇게 대출 무서워하고 최대한 빨리 갚으려고 하더니??!!”

“그때는 그랬지. 그때는 인플레이션을 몰랐으니깐”


“그런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그럼 5.9억 중 주담대가 3억이라 이건 30년 동안 2.3% 고정 금리란 말이야.

최대한 천천히 갚는 게 오히려 이득인 상황이야.

그리고 나머지 2.9억은 신용 대출, 보증보험 대출, MINI 할부인데

지금 주식 계좌에 약 4.8억 정도 있으니 상환하고도 남지.”


“그럼 그냥 대출을 갚고 이자를 적게 내는 게 더 좋은 거 아니야?”

“지금 대출 금리가 5% 인데, 미국주식의 수익률은 5%를 훨씬 넘거든

확실한 규칙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어서 괜찮아.

연금 투자도 착실히 하고 있잖아? 어느덧 연금 평가금도 3억 가까이 되고”


“그래 오빠가 알아서 잘하겠지만, 진짜 불과 몇 년 전에는 대출 다 갚았다고

차 사고 여행 가자고 하던 사람이 이렇게 바뀌니깐 신기해서 그렇지”

“나도 어떻게 이렇게 불과 4년 만에 바뀌었는지 신기해”


“그래도 그때 우리 유럽여행 가길 잘했어. 정말 너무 좋았어”

“맞아 뭐 차도 사길 잘했잖아. 언제 내가 BMW 몰아 봤겠어”


4년전 대출금을 다 갚았다고 스스로 뿌듯해 하던 스키마는

오히려 그때 보다 대출금이 더 많아진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 이란 단어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는 스키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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