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게 하나도 없다!
직장 동료에게 분양 당첨의 우선순위를 높이려면 청약통장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자기 자신이 극도로 한심해졌던 스키마였다.
'이 나이 먹도로 내 집 마련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구나'
그러던 중 엄마가 예전에 스키마를 위해 통장을 하나 만들어 놨다는 말이 떠올라
긴급하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예전에 왜 저를 위해 가입했다던 통장 있잖아요?
그게 혹시 청약통장이에요?”
“그래 그걸 몇 번을 말해야 기억하니, 너 회사 입사했을 때도 말해주고
너 결혼할 때도 말을 해줬었는데. 갑자기 그건 왜?”
“아 회사 근처에 아파트 신규 분양을 하는데 청약 통장이 있으면 당첨 확률이
높다고 해서요. 확인 차 다시 여쭤본 거예요”
그동안 엄마가 여러 번 말을 해줬지만 귓등으로도 안 듣던 스키마는
애써 민망함을 감추고자 본론을 꺼냈다.
“그래 청약통장이지. 그거 너 결혼할 때 내가 통장까지 해서 줬었잖아. 잘 찾아봐.”
그날 저녁 퇴근을 하자마자 집으로 돌아온 스키마는
온 서랍장을 뒤진 끝에 청약통장을 찾아내었다.
매달 10만 원씩 예쁘게 입금이 되어 있던 통장은 이미 10년이 지나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안고 통장을 고이고이 모신채 다음날 출근을 하여 직장 동료에게 찾아갔다.
“형 청약 통장은 찾았어요. 신청은 어떻게 해요?”
요즘 말로 치면 핑거프린스가 따로 없는 스키마였다.
자기가 찾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질문을 동료형에게 내뱉었다.
“그럼 이제 아파트포유라는 사이트 가서 신청하기만 하면 돼”
“아 그래요? 엄청 간단하네요? 잠시만요!
흠… 형 근데 이거 제 청약통장은 신청이 안되나 봐요”
“아 너 국민은행 통장이구나. 이건 국민은행 가야만 접수가 가능한데”
“아 진짜요? 국민은행은 또 프로세스가 달라요? 아휴 되게 복잡하네요. 오늘이 마지막 날인데
그냥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어요”
아파트 분양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아파트가 지어지던 시절이라
어차피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 스키마는 아쉬운 마음 없이 분양 신청을 포기하였다.
그러자 동료 형이 어이없다는 듯이 스키마에게 말했다.
“갈수록 집 값은 비싸질 거고 아파트 청약 당첨률은 점점 올라갈 거야.
그리고 이 아파트는 2천 세대가 넘는 대단지 규모의 아파트라고
네 딸 지유가 초등학교 보내기 전에 완공이 되는 거야. 초품아라는 단어 들어봤어?”
“초품아요? 아뇨 처음 듣는데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이야. 2천 세대가 넘는 아파트가 새롭게 지어지면
그에 맞게 신규 초등학교가 설립되게 되어 있어.
그 초등학교는 해당 아파트 근처에 지어지고 아이들 등하교 거리가 가까워질 뿐 아니라
안전상으로도 이점이 엄청 커서, 이런 초품아는 가격상승률도 몹시 높다고”
“아 그런 거예요? 전 뭐 한 곳에서 평생 살거라 아파트 가격에는 관심 없긴 하지만
초등학교가 바로 앞에 있으면 지유가 학교 다니기에는 편하겠네요
흠 그럼 반차라도 내고 가서 신청을 해야겠네요”
직장 동료 형과 대화를 마치고 스키마는 부서장님에게 다가갔다.
“파트장님 저 오늘 반차 좀 내도 될까요?”
“오늘? 갑자기? 왜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아 그게요. 오늘 아파트 청약 신청 마지막 날인데,
제 청약통장이 국민은행이라 직접 방문해서 신청해야 한다고 합니다”
“너는 그런 걸 미리미리 알아보고 했었어야지.
은행 문 3시에 닫는데, 지금 얼마 안 남았잖아!
빨리 반차 내고 가서 신청해!”
다행히도 부서장은 어느 정도 내 집 마련의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가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요청한 반차 사용에 대해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만약 동료 형의 조언과 부서장의 허락이 없었다면
스키마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 지금도 험난한 이 자본주의 세상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국민은행으로 도착한 스키마는 매장에 꽉 들어찬
사람들을 보고 입을 떡 벌리고 만다.
‘뭐야 이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 신청하러 온 사람들인가?
대기인원이 50명이나 되네… 이거 3시까지 신청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2시쯤이 되어 스키마의 차례가 되었고, 창구 직원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아파트 청약 신청 하러 왔는데요?”
“네 청약통장이랑 신분증 보여주시면 됩니다. 어떤 타입 신청하시나요?”
“타입이요?”
“네 평수가 각기 다르고요 같은 평수라도 구조가 다릅니다”
“아 죄송한데 어떤 타입들이 있을까요? 제가 잘 몰라서”
안 그래도 오늘 사람들이 많아서 정신이 없던 은행 직원은
아파트 청약하러 온 사람이 어떤 타입 신청할지도 모른다는 말에 황당했다.
무심하게 아파트 설명서를 이 어리석은 30대 어른에게 건네주었다.
‘흠 뭐가 이리 복잡하지;;; 그냥 아무거나 신청하고 싶은데
둘째 계획 없는데 굳이 30평까지 필요할까? 그래 29평 정도가 우리한테 딱이겠다.
30평대는 분양가도 너무 비싸네!’
“29평형으로 신청할게요!”
“네 접수되셨습니다”
그렇게 스키마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아파트 분양 신청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처음 조언을 해줬던 직장 동료 형이 말을 걸어왔다.
“분양 신청한 거 어떻게 되었어? 발표 났던데. 난 떨어졌더라”
“아 그래요? 전 아직 확인 못했어요. 지금 확인해볼게요.
형 다음에 좋은 기회 있을 거예요.”
인생을 살면서 합격 발표가 이리 떨렸던 적은 대학, 회사에 이어 세 번째인 거 같았다.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조회를 누른 결과~
"아 형 개인연금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전환 안 했어요?
퇴직금도 DB에서 DC형 전환하는 거 고민하셔야 한다니깐요?
지금 우리 연봉 인상률이 미국주식 ETF를 따라갈 수가 없어요"
"아 그래 네가 무슨 말하는지 알겠는데, 연금은 최후의 보루잖아.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기 어려워서 그래"
"아니 그럼 증권사로 전환해서 예금형 상품이라도 넣어두세요.
그게 보험사에 그냥 두는 것보다 훨씬 수익률이 좋아요.
형 예전에 저 아파트 분양할 때 뭐라고 하셨어요.
집 값은 계속 오르니깐 무조건 내 집 마련 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연금도 똑같다니깐요?!!"
"알았어 알았어 내가 고민해 보고 전환하도록 할게"
아파트 분양 후 7년이란 세월이 흐른 2021년 연금에 눈을 뜨게 된
스키마는 이 좋은걸 자기만 알고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예전에 아파트 분양에 도움을 주었던 동료 형을 설득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