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2편
그 당시 친구였던 남편이 내 고향인 부산에 놀러 왔다. 여름 방학 때 2주 정도 집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한동안 못 먹었던 엄마 밥을 행복하게 먹고 있었다. 1편에서 파스타집을 같이 간 이후로 1년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그동안 비정기적이긴 했지만 다른 맛집들도 종종 방문했다.
“응, 그쯤 온다고? 맛집 리스트 뽑아 놓고 있을게!”
남편과 나 단 두 명밖에 없는 맛집 소모임이지만 진짜 맛집에 데려가야겠다는 나만의 사명감이 있었다. 그래서 열심히 맛집 리스트와 동선을 준비했다. 이미 타지 생활한 지 한참 된 나는 더 이상 부산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부산이라는 지역 특성상 해산물에 대한 기대치가 높을 것 같았다. 파이팅 넘치게 부모님과 친언니에게 여러 정보를 수집하던 중에 언니가 아주 중요한 말을 했다.
“걔 혼자 온다고? 왜? 너 보러 오는 거 아냐?”
절대 아니라고 대답을 하고 잘 생각해보니 맞는 듯했다. 한 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잠깐 사고가 멈췄지만 MBTI 중 극단적 계획형 J로서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다시 집중해서 맛집 방문 일정을 완성했다. 돌이켜보니 내가 계획형인 것을 고려해보아도 너무 열심히 일정을 짰구나 싶었다.
점심때 밀면을 먹고 저녁때 찐 부산인들만 가는 횟집에서 회를 먹었다. 남편은 해산물의 신선함에 감탄하기도 하고, 색다른 소스에 당황하기도 했다. 나는 횟집에서 회를 먹을 때 초장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초장에 쌈장을 적절한 비율로 섞어서 먹는데 이렇게 먹으면 초장의 시큼한 맛과 쌈장의 은은한 단맛이 잘 어울린다. 남편은 이 새로운 방식의 소스를 따라 하더니 회를 엄청난 속도로 흡입했다.
후덥지근한 날씨였지만 하루 동안 재미나게 놀았다. 음식이라는 주제만으로도 몇 시간이나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 즐거웠다. 시원한 에어컨 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음 한편이 따뜻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그냥 매운탕을 먹고 있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이러나저러나 이번 부산 방문으로 내가 이 남자 사람 친구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시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