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과의 식사 3편
"밥 먹을까?"
부산 방문 이후로 그때는 친구였던 남편에게 연락해봤다. 내가 추천한 장소는 근처 칼국수집이다. 이 집 칼국수는 바지락 칼국수만 먹던 나에게 신세계를 보여준 곳이다. 고기 육수 베이스이지만 텁텁하지 않다. 심지어 겉절이 김치도 따로 주지 않는다. 물김치와 열무김치 등이 그때그때 다르게 나온다. 겉절이를 먹으려고 칼국수를 먹는 나에게는 이렇게 신경쓰지 않은 듯한 김치가 생소했다. 그렇지만 겉절이가 없어도 면 자체만으로 끝내주는 맛이다. 모양이 약간씩 다른 얇은 면은 칼로 직접 썬 듯하다. 부드럽게 후루룹 넘어가는데 살짝 꾸덕한 국물과 잘 어울린다.
나의 요청에 순순히 나와준 남편과 맛있게 칼국수를 먹었다. 가파른 언덕에 위치한 칼국수집에서 걸어 내려오면 자그마한 가게들이 띄엄띄엄 있는 길이 나온다. 서서히 겨울을 향해가고 있는 늦가을에 산책을 했다. 따뜻한 음식을 먹어서 그런지 날씨에 비해 많이 춥다는 느낌이 들진 않았다. 거의 한 시간 정도 걸었던 것 같다. 그때 우리가 나눴던 대화가 자세하게 기억나진 않는다. 방금 먹은 칼국수 이야기를 시작으로 끝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던 것 같다.
"오늘도 산책 갈까?"
그 뒤로 우리는 매일 산책을 가게 되었다. 칼국수집 뒷길도 다시 걷고, 학교 앞 길도 그리고 수많은 다른 길도 걸었다. 역시나 조잘조잘 나눴던 긴 대화들이 자세하게 다 떠오르진 않는다. 달이 이쁜 날도 있었고, 바람이 찬 날도 있었다. 그때부터 내 일상에 더해진 소소한 산책은 나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었다. 지금까지처럼 내일도 모레도 남편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가볍게 산책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