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3편
이제는 만나지 않는 어릴 적 친구가 있다.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건 아니다. 무언가 일이 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정말 별로인 사람이었다. 내 기준에서 그 친구의 행동과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와 멀어졌다. 지금의 나로서 생각해보면 그 기준은 내가 만든 것이고 나에게만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며 누구나에게 통용될 수 없다는 점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 간식 만들어 줄까? 먹을래?”
그 친구의 집에 갈 때마다 먹었던 맛있는 간식이 있었다. ‘치즈 케첩 빵‘인데 사실 그 이름으로 불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간식'으로 불렸다. 만드는 법은 레시피랄 것이 없이 쉽다. 케첩을 바른 식빵에 슬라이스 치즈를 올려서 전자레인지에 30초쯤 데운다. 치즈가 슬슬 녹으면 꺼내서 먹는다. 불량식품 같은 맛이 나는데 상상하는 딱 그 맛이다. 근데 이게 또 중독적이라는 것! 계속 먹다 보면 의외로 풍미가 느껴진다.
그 친구를 만나지 않게 되면서 치즈 케첩 빵을 먹지 않게 되었다. 슬라이스 치즈를 보면 가끔 그 간식과 친구가 생각난다. 내 속 좁은 마음에 멀어지게 된 그 친구에게 다시 연락해볼까 고민하게 된다. 오랜만에 그 간식을 만들어 봐야겠다. 녹아서 늘어나는 치즈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가 나를 용서해주진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