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2편
대학교 신입생 때 기숙사에서 살았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을 하면서 집밥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럴 때마다 친구들과 모여서 우리만의 소소한 기숙사 뷔페를 차렸다. 내가 살던 기숙사는 식당이 따로 없고, 전자레인지 등의 간단한 취사를 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는 형태였다. 요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보니 밖에서 사 먹거나 집에서 공수해온 반찬들로 연명해가고 있었다. 2인 1실이었는데 주로 룸메이트와 밥을 같이 먹었다. 또 종종 옆방 친구들과 같이 먹기도 했다.
각자의 집에서 공수해온 반찬들로 소소하게 차린 집밥을 먹었다. 4명에서 모이니 반찬을 나눠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먹어보지 못했던 스타일의 반찬도 접하게 된다. 짭조름한 명란젓, 통통한 새우볶음, 집에서 직접 만든 든든한 곰국, 아기자기한 콩자반까지 펼쳐 두면 남 부러울 것 없는 진수성찬이었다. 물론 우리가 요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차려진 식탁을 보면 마치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이 들었다.
우리는 멀리 또는 가까이에 있는 각자의 집에서 왔지만,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다 같이 고군분투했다. 그 전투에 꼭 필요한 식량이 바로 집밥이었다. 혼자 먹는 밥이 아니라서 더 힘이 났다. 친구들과 집밥 아닌 집밥을 먹으며 학점, 연애, 인간관계, 진로 등 다양한 고민을 공유할 수 있었다. 별일 아닌 것도 그때는 어찌나 중요하고 심각하게 느껴지는지 서로에게 할 말이 너무 많았다.
이제는 학교라는 공통분모에서 벗어나 각자의 삶으로 나아갔다. 그때처럼 매일 볼 수 있지는 않지만 지금도 그 친구들은 여전히 나에게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살아가면서 힘든 순간이 있을 때 그때 먹었던 타지에서의 집밥과 함께한 친구들을 생각한다. 그때도 해냈던 것처럼 지금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