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식사 4편
대전에서 처음 먹었던 음식 중 하나는 이름마저 생소한 '두부 두루치기'이다. 두루치기인데 주된 재료가 돼지고기가 아니라 두부이다. 두부가 주인공인 음식이 크게 맛있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들었다. 먹는 방법은 두부를 먼저 먹고 나서 사리를 남은 양념에 비벼 먹으면 된다. 언뜻 보면 빨간색 양념이 달콤 짭짤할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렇지만 전혀 달지 않다. 고춧가루 특유의 텁텁함이 느껴졌고 단맛은 어디에도 자리하고 있지 않다.
남편과 결혼하면서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바로 시누이 언니이다. 처음에는 '시누이'라는 역할 때문에 나 혼자 마냥 언니가 어렵게 느껴졌다. 그렇지만 언니의 친화력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편안한 사이가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아도 이런 전개는 나에게 신선하다. 언니는 엄청난 맛잘알인데 어떤 조합으로 먹어야 최상의 맛을 느낄 수 있는지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남편과 셋이서 맛집 탐험을 많이 한다. 사실상 대전에서는 언니가 자주 가는 맛집에 따라다니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두부 두루치기 맛집도 다양한 가게들이 있는데 파는 음식들이 각양각색이다. 수육, 우동, 매운 족발 등이 있다. 특히 매운 족발과 두부 두루치기는 둘 다 매워서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매움과 매움의 상승효과인 것인지 함께 먹다 보면 잘 어울린다.
언니가 맛잘알이 된 것은 선입견 없는 사고방식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안 어울릴 것 같은 음식들도 일단 같이 먹어본다. 이런 유연함은 맛에서 뿐만 아니라 대화에서도 드러난다. 언니는 어떤 주제로 어느 누구와 이야기하더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안 어울리는 조합도 어울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런 언니가 참 좋다. 언니랑 또 놀러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