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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라우킴 Jun 30. 2020

어머니, 아이는 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다닐 유치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유치원 몇 군데를 검색해 보았지만,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 간략한 정보나 프로그램은 확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시설을 직접 둘러보며 현지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확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불을 켜고 인터넷에서 검색하던 중 어느 한국 선생님이 본인이 근무하고 있는 유치원을 소개하는 글을 보게 되었다. 위치를 보아하니 우리가 살던 동네와 그리 멀지 않았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기 때문에 한국 선생님이 계시는 유치원은 굉장히 희망적이었다. 영어로 소통이 되지 않아서 유치원 생활이 스트레스가 될까 봐 걱정과 고민이 많았는데 선생님께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는 고민하지 않고 직접 방문해보기로 했다.


10분 정도 운전해서 도착하니 한적한 동네에 단층으로 된 넓은 주택 모양의 유치원이 보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유치원은 두 군데로 나누어져 있었다. 한 곳은 만 2살 이하 아기들을 위한 베이비센터, 또 한 군데는 만 5살 이전의 아이들을 위한 프리스쿨 센터였다. 인터넷에서 봤던 사진보다 실제로 보니 더 넓고 밝은 분위기에 깜짝 놀랐다. 한국 선생님은 우리 가족을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본인 소개를 해주셨다. 선생님은 뉴질랜드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시고 프리스쿨 대표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우리는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그중 유치원 밖에 설치된 큰 야외 놀이터에 시선이 머물렀다. 놀이터에는 그네, 모래놀이장,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곳, 작은 무대 그리고 선생님들이 아기자기하게 모종을 심어 놓은 작은 텃밭이 있었다. 마침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이 아침 간식(모닝 티)이라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선생님이 나줘주는 스낵과 빵을 차례로 기다리고, 음식을 받으면 친구들과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간식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간식을 다 먹은 아이들은 각자 놀잇감을 찾아 자유롭게 놀기 시작했다. 다른 친구들보다 간식을 늦게 먹는 친구가 보였는데 빨리 먹으라고 재촉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유치원의 일과 중 미리 정해진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첫째를 일반 어린이집에 보냈던 나는 시간표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 점이 낯설게 다가왔다. 아이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놀이를 직접 선택하여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 의아해서 선생님께 질문하였다.


"뉴질랜드 유아교육 시스템은 아이들이 자연과 주변 환경에서 놀이를 습득하고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그러고 보니 아이들은 유치원 안과 밖에 마련된 다양한 코너에서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거 같았다. 미술 활동을 하고 싶으면 미술 코너에 가서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고 싶으면 바닥에 마련된 빈백에 앉아 책을 읽었다. 알파벳이나 숫자가 적힌 프린트물에 연필로 끄적여 보기도 하다가 블록 놀이를 했다. 그냥 그렇게 누구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놀면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선생님께 질문하고, 질문을 받은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대답해 준다. 선생님들은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놀고 있는지 감시하고,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흥미를 느끼는지 관심 있게 관찰하는 것뿐이었다.


뉴질랜드는 만 5세 생일이 되면 유치원을 졸업하고 학교에 입학해야 한다. 솔직히 6개월 후에 학교에 입학하는 우리 아이가 알파벳을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고, 숫자를 더 빨리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영어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학교에 들어가서 어떻게 적응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지만 남은 6개월 동안 배움의 터전에서 아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탐색하고 몰입할 수 있는 날들이 기대되기도 했다. 어차피 학교에 들어가면 좋으나 싫으나 정해진 규칙과 규율에 의해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니까.


선생님 중심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과 관심으로 지식을 터득하는 것, 이것이 진짜 배움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어 등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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