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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친구 엄마

이제는 나의 친구.

by 세아


큰 아이가 돌이 되기 전부터 근처 이마트에 있는 문화센터를 다녔다.

집에서 아이와 둘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지루해 아이가 혼자 앉아있을 수 있을 때부터 등록해서 다니기 시작하였다.

그곳에서 아이 친구를 처음 만들었고 그 친구의 엄마가 내가 사귄 첫 '이 친구엄마'였다.

스물곱 살이던 나와 나이차이가 꽤 나던 그 언니는 우리 집과 가까운 거리에 살아서 자주 만나게 되었다. 문화센터를 다닐 때 삼삼오오 친한 엄마들끼리 다니는 무리들이 많아 말을 나눌 동무가 없어 쓸쓸하던 차에 먼저 다가와 말 걸어주는 언니가 고마웠다.


아이가 좀 더 커서는 어린이집을 다니며 자연스레 다른 엄마들과도 친해지게 되었다.

아이 등하원 때 오다가다 마주치며 인사를 하면서 커피 마시고 수다를 떨며 자연스레 어울리게 되는 엄마들이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였다.


처음부터 아이 친구를 만들어 주겠다는 목적으로 다가간 건 아니었고 어떤 정보를 얻겠다며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 것도 아니었다.

또래 아이를 키운다는 공감대를 나누며 자연스레 어울리게 었고 그중에서도 나랑 잘 맞는 것 같다 느껴지는 엄마들과 더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그러나 빠르게 친해진 만큼 쉽게 관계가 깨지기도 하였.

나의 아이와 아이친구가 잘 어울려야 자주 만날 수 있었고 만나서도 사이좋게 어울려야 좋은 관계가 지속될 수 있었다. 아이가 중간에 끼여있다 보니 상대 아이가 내 아이를 다치게 하거나 울게 만들면 당연히 예민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로 아이들은 잘 어울려 노는데 그 엄마와 안 맞는다 느껴지면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꺼려지기도 하였다.


사실 엄마들과 친해지기 전에는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셀 거라는 생각에 다가가기 무서웠고 너무 성격이 강한 엄마들을 만날까 겁내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막상 가까워지니 그 엄마들도 나와 같이 아이를 키우며 처음 겪는 일들에 힘들어하고 오락가락하는 감정들을 공감해 주고 위로받을 수 있는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동지 같은 아이 친구엄마들과 한때는 오래된 친구들보다도 더 가깝다 느끼기도 하였고 이 관계가 영원할 것 같은 기분마저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엄마무리들은 많이 없었다.

나랑 같이 어울렸던 무리 중 몇몇도 무슨 연유에서인지 관계가 틀어져 서로 연락을 끊고 지내는 경우가 생겼고 주변에서도 서로 집을 오가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다 싸움이 나 한순간에 관계가 파투 나는 경우도 보았다.


아이의 친구 엄마들을 만나다 보면 자연스레 아이들 얘기가 주를 이룬다. 그렇게 얘기를 하다 보면 내 아이와 남의 아이를 나도 모르게 비교하게 되고 부러움과 질투를 느끼며 때론 우리 아이가 낫다는 우월감을 가지기도 한다. 가까워질수록 집안 사정을 자세히 알게 되면서 비교는 아이들에서 우리 집과 그 집으로 이어다.

그러고 싶지 않아도 그 엄마들과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자연스레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집은 아등바등 사는데 저 집은 여유 있게 잘 사는구나' , '우린 이 정도밖에 아이한테 해줄 수 없는데 저 집은 저런 것까지도 아이한테 해주는구나'

친했던 엄마가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집안일로 이사를 몇 번이나 하면서 친한 무리들과 헤어지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그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종종 만나고 있다. 질투심과 비교에서 멀어지니 가끔 만나는 엄마들이 무척 반갑고 오랜만의 만남으로 밀린 얘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어쩌면 자주 만나지 못했기에 이 관계를 유지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나와 처음 친해졌던 언니는 자신의 아이가 놀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자신과 친하지 않은 엄마무리의 아이들일 때 스트레스를 받았다 했다.

두루두루 어울려 놀면 좋으련만 놀이터에만 가도 무리 지어 따로 노니 아이는 그 친구와 못 놀아 속상하고 엄마는 그런 아이를 보며 속상해했던 것이다. 이 언니는 결국 엄마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여러 일들로 회의감을 느끼다 제주도로 이사를 갔다. 시골은 조금 나을 거란 희망으로 지방 몇 군데를 알아보다 제주도로 갔지만 그곳에서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며 씁쓸해했다.


이제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으로 아이친구들의 엄마들을 만날 일이 별로 없다. 워킹맘이면 전업주부 엄마들이 정보를 나눠주지 않아 어떻게든 친해져야 한다는 말도 들어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내가 사교육에 그렇게 민감하지 않아 그런지 정보력이 없어도 나의 주관데로 하면 된다는 마음이 있어 정보를 얻기 위해 엄마들을 사귀고 싶지는 않았다. 또 이만큼 아이들을 키워놓고 보니 결국 아이친구는 엄마가 만들어 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굳이 아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엄마들의 연락처를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느 한 면에는 다시 새로운 엄마를 알게 되어 이 엄마는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가고 친해지기까지의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알게 모르게 있다 보니 새로운 만남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 것 같다.


제 나는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게 아닌 이상 그동안 만나온 엄마들하고만 계속 만나려 한다.

그리고 만나도 되도록 아이의 단점이나 집안 얘기는 하지 않으려 한다. 걱정으로 해주는 말이 어쩔 때는 기분이 나쁘기도 하고 내가 건넨 말이 그들에게도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는 걸 알기에 애초에 예민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으려 한다. 이 친구엄마라는 조금은 특이한 관계이지만 서로가 조금만 조심한다면 그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의지했기에 같이 육아하며 만들어간 힘들고 즐거웠던 추억으로 다른 관계보다 더 돈독해질 수도 있을 거라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친구 엄마로 만났지만 어느 순간 내 친구가 되어버린 엄마들. 그녀들이 있었기에 나도 버틸 수 있었다. 항상 좋지만은 않았고 위태로울 때도 있었지만 진심으로 나를 걱정해 주고 아껴주는 그녀들의 마음이 나에게 닿았기에 아직도 연을 이어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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