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애들 일인 줄만 알았어요.
지난주 학교에서 고학년을 대상으로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 조사를 하였다.
옆에서 큰 아이가 체크하는 걸 지켜보는데 거의 모든 질문에 '매우 그렇다'나 '그렇다'에 표시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체크하는 거 맞니? 엄마가 봤을 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에요 난 이렇게 생각해요"
본인이 더 잘 알겠지 싶어 더 이상 관여 하지 않았고 아이는 그대로 설문참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어제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하이톡이 왔다.
[어머니 ○○ 편으로 청소년 미디어 과의존에 대한 상담 치료 지원 안내문 보냅니다. 확인해 보시고 상담 원하시면 체크해서 목요일까지 보내주세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상담 치료라고? 우리 아이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라는 말인가?' 불안한 마음에 아이가 오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평소에 우리 아이들은 정해진 시간 외에는 핸드폰이나 컴퓨터를 하지 못하도록 해두었다.
처음 핸드폰을 만들어 주었을 때는 저학년이기도 했고 친한 친구들 대부분이 평일엔 핸드폰을 쓰지 못하고 주말에만 사용했기에 우리 아이도 덩달아 핸드폰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사를 하고 새로 사귄 친구들은 평일에도 본인 공부만 끝내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할 수 있다며 자기도 그렇게 해달라고 조르길래 약속을 받고 하루에 30분만 하도록 허락했었다. 그때부터 매일 조금이라도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고학년이 되면서 핸드폰게임을 하는 시간, 유튜브 보는 시간을 더 늘려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학원 다녀온 후 샤워와 식사를 하고 숙제까지 끝내면 여덟 시 정도 되길래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 자유롭게 쓰도록 허락했고 주말에는 넉넉하게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주었는데 과의존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보여준 서류엔 '상담 치료 지원 안내'라는 큰 글씨가 쓰여있었다.
아이의 결과는 따로 나와 있지 않아 우리 아이가 '주의 사용자군'인지 '위험 사용자군'인지는 알 수 없었고 상담치료나 합숙캠프 중 원하는 치료를 선택해서 받을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다.
담임선생님도 원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적절하게 교육을 시켜주면 된다 하셨지만 지금껏 이 정도면 아이들이 너무 컴퓨터나 핸드폰에 빠지지 않게 잘 관리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였기에 반대로 내가 잘못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너무 큰 충격이었고 내가 도와주기보다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상담 치료를 신청하였다.
어찌 되었든 설문에 참여한 건 아이였고 본인이 미디어를 이용하며 통제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의존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모르겠지만 치료가 필요한 것도 맞는 것 같았다.
안내문을 다시 살펴보니 상담 치료 서비스에 올바른 미디어 사용을 위한 부모교육도 있다고 나와 있었다.
아이들에게 일관된 원칙으로 최대한 사용시간을 지키면서 이용하도록 하게 했지만 때로는 친구들이 놀러 와서, 어느 날은 내가 쉬고 싶어서 조금씩 더 하라고 눈감아준 적도 많다. 이런 날들이 쌓이면서 아이는 더욱 절제하는 법을 잊고 게임이나 유튜브 영상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이참에 나 또한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을 해야 올바른 건지 들어보고 실천해 봐야겠다 마음도 들었다.
뉴스에서만 나오던 청소년들의 문제 중 하나가 우리 아이에게도 나타나다니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내 아이도 스스로 미디어를 바르게 이용하는 방법과 통제하는 법을 배웠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