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일하는 건 즐거워
작년 처음 가게를 오픈했을 때가 5월 1일이었다. 연말 다음으로 바쁜 달인데 아직 직원들과 손발도 안 맞춰진 상태였기에 걱정이 많이 됐었다. 예상대로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두고 주말 및 연휴당일날은 손님을 치르느라 정신도 없고 밀리는 음식들로 손님들의 컴플레인도 끝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었지만 내년엔 그만큼 더 잘 해낼 수 있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올해 다시 돌아온 가정의 달, 그중에 예약이 가장 많은 날 낮에 잠깐만 도와주러 가기로 하였다. 정말 오랜만에 출근하는 날이었다. 가기 전날까지는 막상 일하러 가려니 귀찮기도 하고 직원들도 다 있는데 굳이 가야 하나 싶기도 하였다.
남편에게도 "예약 꽉 찼어? 가야 하지?" 다시 한번 묻기도 하였다.
가게 출근 하는 날 햇빛은 따뜻했지만 바람이 꽤나 불어댔다.
"엄마 다녀올게 동생이랑 영화 보고 간식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몇 시간 동안 집에서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잘 기다리라고 아이들에게 신신당부를 남겨두고 집을 나섰다.
금세 도착한 가게에서 오랜만에 만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바로 익숙하게 냉커피를 한 잔 탔다. 왔다 갔다 일하면서 마시는 커피 한 모금은 언제 마셔도 맛있다.
어버이날이 평일이라 미리 모이는 가족손님들이 많았다. 어린아이들도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러 신나게들 식당으로 들어왔다.
출근 전날에는 귀찮다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일을 시작하니 오랜만에 살림이 아닌 다른 일을 하는 것이 즐거웠다. 즐거운 마음이 들어 그런가 손님들에게도 전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응대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어린이날을 앞두고 준비한 막대사탕을 어린 친구들에게 하나 골라보라고 바구니를 내밀면 무슨 맛을 고를까 신중히 둘러보며 작은 손으로 집어가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고 착하게도 내가 말한 데로 딱 하나만 골라가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정신없이 바쁘진 않았지만 내가 출근하여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길 바라며 출근한 일당값으로 아이들 점심으로 먹일 짜장과 탕수육을 받았다.
집에 간다 하니 직원 언니가 한 마디 한다.
"사모님 이제 또 언제 만나요?"
" 바빠야 또 도와주러 오죠. 많이 많이 파세요 또 오게!"
딱 세 시간 바짝 일하고 퇴근하는 길에 조금만 더 바빴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직원들도 만나 반갑고 일하면서 재밌기도 하였다. 언니에게 말한 데로 더더 바빠져서 잠깐씩 도와주러 가는 일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