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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운동회

운동회의 진정한 목적

by 세아


지난주 목요일 예정되어 있던 운동회가 우천으로 이번 주일에 다시 열렸다.

남편은 일을 하여 나 혼자만 참석하니 아쉬웠지만 다행히도 날씨는 매우 맑음이었다.


첫째가 4학년, 둘째가 2학년인데 퐁당퐁당으로 경기 순서가 섞여있어 꼼짝없이 끝날 때까지 지켜보게 되었다. 그나마 학부모회에서 무한리필로 커피를 나눠주신다 하여 끝날 때까지 마시려고 커다란 텀블러를 챙겨갔다.


운동회 시간에 맞춰 1층으로 내려가니 이미 아파트 단지에는 초등학교에서 나오는 진행자의 마이크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웅웅 울리고 있었다. 아이들이 대답하는 함성소리에서 신남이 느껴지는 것이 나까지 덩달아 신나는 기분이었다.


운동장에 들어서니 만국기 아래에서 3, 4학년이 벌써 몸을 풀며 첫 번째 경기를 준비 중이었다. 나도 빠르게 커피를 받아와 스탠드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엄마, 아빠가 모두 온 가족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대동하여 온 가족까지 북적북적했다.


운동회 순서를 살펴보니 경기를 꽤 많이 하였다. 작년에 아이들이 다닌 초등학교 운동회만 하더라도 개인 달리기를 제외하고 학년별로 할 수 있는 단체전은 2개씩 밖에 되지 않았는데 여긴 학생이 적어서 그런지 4개씩이나 되었다.

'와, 아이들 체력 많이 필요하겠네' 란 생각도 들었지만 그만큼 운동회 느낌도 나겠다 싶었다. 우리 때야 운동회가 열리는 훨씬 전부터 부채춤이다 뭔 춤이다 연습도 많이 하고 2인3각 경기나 박 터트리기, 부모님의 이어달리기까지 경기도 알차고 그야말로 온 가족이 출동하여 하루 종일 같이 즐기는 축제였는데 지금은 규모가 많이 축소되어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열심히 참여하며 신나서 폴짝폴짝 뛰는 아이들을 보니 나도 같이 웃게 되었다.

교에서 미리 어린이날 선물 겸 단체복을 나눠주어 입고 갔는데 학년별로 옷 색이 달라서 멀리서 우리 아이들이 입은 옷 색만 뚫어지게 보다 보면 아이들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설레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얼굴에 보이니 엄마인 나도 마치 경기에 임하는 아이들의 마음과 같이 설레지는 것 같았다.


3시간의 운동회가 끝나갈 즈음 대망의 마지막, 운동회의 꽃! 계주만 남았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대표선수들이 나오는데 저 쪼꼬미들이 떨려서 어떻게 뛰나 싶을 정도로 작은 저학년부터 다리길이가 얼마나 긴지 초등학생인데 벌써 저렇게 크다고? 싶은 고학년까지 모두가 운동장 가운데로 모였다.

선생님의 호각소리가 '휙!' 하고 불리자 1학년 꼬맹이들이 바통을 들고 열심히 달리기 시작하였다. 백팀이 앞서 나가는 것 같다가도 금세 청팀이 따라잡고 그러다 다시 백팀이 쫓아가는 그야말로 치열한 경기였다. 고만고만한 친구들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선두가 바뀌는 것을 보는데 나는 왜 울컥하는지? 저기 내 자식이 뛰고 있는 것도 아닌데 고 작은 것들이 손에 잡은 바통을 놓치지 않으려 꽉 쥐고 있는 힘껏 달리는 모습에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우리 팀 상대팀 할 것 없이 이름도 모르는 모두의 아이들을 응원하게 되었다.

어려서 운동회에 참여할 때는 꼭 우리 팀이 이기길 바랐는데 이제와 보니 결국 운동회의 목적은 이기고 지는 성패의 싸움이 아닌 다 같이 힘을 합하여 결과를 만들어내는 화합의 힘과 노력에 박수 쳐주고 응원해 주는 걸 배우는 것에 목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의 아이들도 운동회의 목적처럼 앞으로 누군가와 무슨 일을 하다가 어려움을 마주 하였을 때 상대 탓하지 않고 부족하더라도 같이 이끌어주고 응원해 줄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나길 바라본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사회자가 아이들을 운동장으로 모두 모이게 하여 신나게 춤출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

"오늘만큼은 신나게 춤추게 해 주세요. 우리 아이들 스트레스 풀 곳도 없고 그럴 시간도 없잖아요."

라고 말을 하시는데 그 옆에서 신나게 먼지 풀풀 날리며 춤을 추는 아이들을 보니 짠한 마음이 들었다. 오늘 아이들 집에 오면 꼭 안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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