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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뻐지기 힘드네

아직은 젊은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요.

by 세아


중학교 3학년 때 같이 몰려다니던 멤버 중 한 명의 결혼을 앞두고 청첩장 모임을 가지기로 하였다. 인천에서 만나기로 하여 형부랑 언니가 일하는 피부과에 들릴까 고민하던 중 친구도 상담받아보고 싶다 하여 같이 가기로 하였다.


아픈걸 끔찍이도 못 견뎌하는 나는 피부과에서 미용을 목적으로 주사를 맞거나 관리를 받아 본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잘 가지 않는다.

기껏해야 아이들 돌잔치 때나 결혼식 같은 행사 앞두고 어쩌다 가본 것이 다이다.

워낙 겁 많고 아픈 걸 싫어하다 보니 성형은 생각조차도 못했고 언니가 피부과에서 일한 지 십 년이 넘었어도 가서 관리도 안 받을 정도로 을 쌓고 살았다.


그런데 요새 거울을 보면 이마에 잔주름이 자꾸 신경 쓰였고 턱이 각져 보여 보톡스를 맞을까 고민하던 중에 친구도 간다 하니 마음먹은 것이다.


친구는 결혼을 앞두고 얼굴 라인을 살릴 수 있는 시술 및 피부에 광이 나게 도와주는 주사를 맞기로 하였고 나는 턱과 이마에 보톡스랑 얼굴에 생긴 편평 사마귀를 없애는 정도만 받기로 하였다.

마취크림은 사마귀 치료할 부분만 발라도 됐지만 내가 하도 긴장하니 언니가 얼굴 가득 발라주었다.

형부도 마취 없이 자기 손에 치료하기도 한다며 안 아프다고 말해 주셨는데도 한껏 힘이 들어간 내 몸에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얼굴에 퍼진 사마귀는 두세 개 정도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치료하고 보니 수십 개나 있었다.

'지지직 지지직' 소리와 살타는 냄새는 너무 끔찍했고 묘하게 피부를 긁는 그 느낌은 아직도 적응이 안 되어 치료를 받으며 계속해서 몸이 움찔움찔하였다.


나는 나름 아프다고 엄살을 떨며 나왔는데 먼저 한 가지 시술을 받고 나 대기하고 있는 친구 턱엔 갈색으로 멍이 자국과 굴 가득 마취크림이 발라져 있었다.

"야 전기 찌릿찌릿 느낌 이상해. 넌 절대 못하겠다."

친구는 나에게 한 마디 하고는 남은 시술을 위해 다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것만로도 내가 아픈 느낌이었다.


'으 난 조금만 아파도 난리인데 다른 여자들은 더 심한 것도 어떻게 견디면서 할까?'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나는 그동안 부나 성형에 큰 관심이 없었다.

피부가 하얀 언니는 주근깨와 잡티가 잘 생겼고 워낙 하니 점이나 잡티가 생기면 티가 확 나 어려서부터 피부에 예민하고 관심이 많았다. 반면 나는 까만 피부를 가진 대신 잡티가 거의 생기지 않았고 피부가 좋은 편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얼굴도 어디가 계속 신경 쓰인다 싶을 정도로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쌍꺼풀은 없지만 속 쌍꺼풀에 눈이 큰 편이라 고치지 않아도 된다 생각이 들었고 오뚝하진 않아도 수술을 하고 싶을 만큼 코가 마음에 안들지도 않았다. 툭 튀어나온 광대뼈 마음에 안 들었지만 차마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할 용기는 없었기에 포기하고 성형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던 내가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니 점점 피부가 탄력을 잃어가고 축축 처지는 모습과 잔주름이 많아지는 게 보이면서 피부미용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나만 보면 "너 이마에 주름이 자글자글해 내버려 두면 굵은 주름으로 자리 잡아서 미리 보톡스 맞아야 해"라고 외치던 언니말을 들었어야 하나, 돌잔치 전 리프팅 효과가 좋다고 눈 딱 감고 받아봤다 피부를 유리로 긁는 듯한 느낌에 기절초풍하며 다신 안 받는다고 손사래 쳤던 슈링크를 꾸준히 했어야 했나 싶으면서 관리 안 한 후회가 슬쩍 들기도 하였다.


진료받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은 뭐 하러 온 걸까 궁금해하는 와중에 친구가 나왔다.

모든 관리를 마치고 나온 친구얼굴은 마치 '인간뾱뾱이' 그 자체였다.

뾱뾱이 같이 뽈록 올라온 자국들이 전부 주사자국이라며 100방 정도의 주사를 맞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친구 모습에 '아, 아무리 그래도 나는 저거 절! 대! 못한다' 싶었다.

예뻐지려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하지만 친구 모습을 보며 그 고통을 참는 게 쉬울까 아기 낳는 게 쉬울까 생각이 들 정도로 무서워 보였다.


친구와 서로 아픔을 공유하며 다른 친구들을 만나러 갔는데 그중에 일찍부터 꾸준히 피부관리를 해오던 친구의 피부가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너 오늘 피부 왜 이렇게 좋아 보여? 엄청 탱탱해 보인다."


"야 나는 20대부터 관리했잖아, 이제 효과 좀 나야지"


'그래, 얘는 정말 꾸준히도 시술받고 관리받고 했었지'

그땐 뭘 저렇게까지 열심히 할까 싶었는데 이제와 보니 이 친구가 그동안 노력한 것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싶었다.


관리 안 해도 탱글탱글하고 윤기 나던 피부를 가졌던 나인데 이제는 얼굴을 만져보면 피부가 축축 처지는 게 보이니 탱탱한 친구의 얼굴을 보며 시 후회가 밀려왔다.


한때는 '자연스럽게 늙어가는 게 최고지!' 라며 관리에 무신경했는데 막상 나이 드는 모습이 확연히 느껴지면서 젊은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꼭 시술이 아니더라도 주름이 잘 생기는 나쁜 습관들을 고치고 피부를 촉촉하게 해주는 물을 많이 마시는 등 좋은 습관들을 만들어야지.


아, 늙어가는 내 모습은 아직 낯설다.

아직은 예뻐 보이고, 젊어 보이고 싶은 것이 욕심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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