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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를 왜 낳는지 알겠네

그래도 내 인생에 자식은 너희 둘 뿐.

by 세아


핸드폰 사진첩에서 8년 전 사진이라며 뜬 아이들의 어릴 적 사진들을 보게 되며 마음이 이상하게 시리고 눈물이 났다.


지금 내 조카만 할 7개월 즈음의 둘째 아이가 영상 속에서 이제 막 배밀이를 시작하여 나를 향해 활짝 웃으며 힘차게 기어 왔다.

그렇게 나를 힘들게 했던 3살의 큰 아이는 요리하는 아빠를 보고선 따라 한다며 고깔모자를 쓰고 주방놀이 앞에서 열심히 장난감 프라이팬을 돌리며 나를 웃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보기만 해도 웃음 짓게 하던 나의 꼬마들이 어디로 가버린 건가, 돌아오지 않을 그 시절이 너무 그리워 마음이 너무 시렸다.


언젠가 인스타에서 아이를 다 키우고 난 엄마들의 후회하는 글들을 보았는데 그걸 보고 한참을 울었던 적이 있다.

'얼마나 바르게 키우겠다고 그렇게 아이를 다그쳤을까, 조금만 더 안아줄걸',

'딱 하루만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땐 엄마를 찾는 그 소리가 왜 이렇게 지치고 피곤했을까'

하나같이 다 내 얘기 같았다.

아직 우리 아이들이 다 큰 것도 아닌데 지나와버린 어린 시절의 아이들이 그리웠다.

나만 졸졸 쫓아다니고 내가 안 보이면 엉엉 울던 그 시절이 나 역시 너무나 고되고 힘들다고 느꼈는데 그때 너무 혼내지 말걸, 조금 더 안아줄걸 후회가 밀려왔다.


엄마손이 많이 안 갈 만큼 아이들을 키우고 나니 이제 아기나 어린아이들의 예쁜 모습들이 보인다.

조카가 방실방실 웃는 모습을 보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을 볼 때면 남편이 장난스레 "어떻게 셋째 도전?" 말을 꺼내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버럭 하지만 예쁜 모습에 눈이 안 떼지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뒤늦게 늦둥이를 낳는가 보다 싶은 마음도 들지만 '어휴 그래도 그 힘든걸 다시 하라고?' 싶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주말엔 같이 일했던 동생이 아이 돌잔치를 한다며 초대장을 보냈길래 아이들과 축하해 주러 다녀왔다.

드레스를 입은 생일의 주인공은 잠이 덜 깨어 칭얼칭얼 하다가도 엄마가 주는 치즈 조각을 받아먹으며 간신히 사진을 찍고 행사를 이어갔다.

'그래 맞아. 결혼식보다 돌잔치가 더 힘들었었지.'

아이 컨디션에 맞추어 행사도 진행해야 하지 오시는 손님들도 맞이해야 하지 정신없고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동생에게 고생 많았다고 인사를 건네고 자리에 앉으니 큰아이가 나랑 둘째 먹으라며 접시에 한가득 음식을 담아왔다.


말도 잘 못하여 혀 짧은 소리를 하던 어린아이는 이제 없지만 옆에서 나를 잘 챙겨주는 든든한 아들이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제 몸은 편해졌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다 싶었는데 이렇게 나를 챙겨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구멍 난 마음이 메꿔지는 기분이 든다.


늦둥이는 절대 없을 테니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 더 많이 사랑해 주고 표현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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