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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

몸 비틀어 틈 벌린 배흘림기둥

by 정이안

틀림




비바람 불어 휑한 오후

봉정사 극락전 배흘림기둥은

슬그머니 몸 비틀어 틈을 벌린다


나무꾼 등에 업혀 와서 천년 세월

배불뚝이 기둥으로 한자리에 서서

인내의 시간을 견뎠다


솟구치는 열기 억누르지 못해

허파와 심장 들썩거렸어도

더는 떨굴 나뭇잎이 없어

옹이 박힌 자리마다 피딱지 쟁여왔다


구름 없는 날은

부끄러운 얼굴 가리고 거꾸로 서서

추녀 그림자 등 돌린 채 안으로 삭힌

참회의 나이테 푸석하다


사철 꽃이 피고 지는 절 뜰

아파하던 그늘 조금씩 지워진다


연꽃 방석에 얹어 둔 호흡에서

갈라진 나무기둥 틈으로


한 마리 해탈 나비 날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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